“누군가는 해야 할 역할을 금융위와 제가 했습니다. 실제로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8일 정부의 구조조정 대책을 설명하면서 정부 책임론을 정면돌파하겠다고 천명했다.
논란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이날 정부의 구조조정 대책은 한은을 중심으로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고, 대신 혜택을 받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는 임금 동결과 인력 감축을 요구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산은과 수은 같은 국책은행이 이미 부실이 예고된 대우조선해양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도록 한 것은 정부인데, 왜 한은과 국책은행이 책임을 지느냐는 비판이 나올 만했다.
그는 심지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를 확인하고 장기미회수채권 1조원을 부실처리 하지 않은 이유를 회계법인에게 물었더니 대우조선이 받을 수 있다고 소명했는데 왜 관여하느냐고 반문했다며 대주주인 산은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날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 브리핑에서도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임 위원장은 금융위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서별관회의는 부처간 이견이 있는 문제들을 모아 장관들이 공식 회의 전에 조율하는 자리에 불과했다.”면서 “장관들이 수시로 만나 현안을 협의하는 일은 늘 있는 일”이고 “서별관(에서 모이는)회의는 1997년부터 있었다”고 항변했다.
“여러분 생각해보십쇼. 그게 정부 청사에서 했다고 하면 아무 문제 없었고, 서별관이라고 하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냥 전화로 회의해서 상의했다고 하면 그건 문제가 안되고, 모여서 매번 하는 회의니까 그것을 비공식으로 하면 문제가 되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최종 결과물을 이뤄내기 위한 과정입니다. 과정 자체를 자꾸 문제삼으실 게 아니라, 과정 자체는 현실적으로도 필요합니다. 아무리 실무자들이 협의해도 안되는 걸 최종 멤버들이 모여서 결정하자, 시간 제한없이 충분히 토의해보자는 과정 자체가 오히려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밀실에 의한, 정치적인 개념까지 도입해서 평가하는데 그런 과정으로 이해하시면 공식적인 회의 이외에 장관들이 모여서 논의하지 말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것을 통해 이견이 걸러지고 모아지고 공식 회의체서 결론 내도록 하는게 자연스럽고 필요한 과정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대우조선 부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임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우조선 자금이 4조2000억원 정도 모자르다고 했는데,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서로 다른 기준을 제시해 의견 충돌이 있었다. 서로 합의를 못해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기업 자금부족은 다가오는데 정상화가 더 어려워질 상황이었다”고 떠올리면서 “그럼 누가 나서서 책임감 가지고 조정 해주나. 구주조정은 손실의 분담이다. 법정관리에 가면 법원이 하겠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역할을 금융위와 제가 했고, 실제로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하기 위한 노력은 누군가는 책임감 있게 안 하면 구조조정은 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그 역할을 제가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구조조정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책임질 일이 생기면 저는 책임을 질 겁니다. 누군가 나서서 책임을 조정해야 한다면 해야하는게 구조조정의 과정입니다.”
임 위원장은 홍 전 행장의 언론 인터뷰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임 위원장은 “당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간 입장 차이가 있어서 서별관회의 이전에 합의가 안 되는 부분을 금융 당국으로서 조정을 한 것”이라며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감독 기관으로서 당연히 책임져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업과 해운업을 가장 잘 아는 산은, 수은 이 은행의 의견을 의사결정 과정에서 존중해왔고 긴밀히 협의해왔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산은이나 수은 입장에서는 달리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홍 전 행장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산은 계열사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청와대 몫이 3분의1, 금융당국이 3분의1, 산은 몫이 3분의1”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인력감축과 임금동결을 요구 받고, 금융당국 수장은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고 천명했지만, 청와대 관련 인사는 이날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