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일 오후 10시쯤 서울 중구 지하철5호선 청구역 부근에서 흰색 스파크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섰다. 승용차는 교통경찰관의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골목길로 도주했다. 주차된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부수고도 멈추지 않았다. 다시 편도 2차선 도로로 빠져나온 뒤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까지 하며 끝내 순찰차를 따돌렸다.
경찰이 블랙박스 영상에 잡힌 차량번호를 조회한 결과 승용차 명의자는 김모(40·여)씨였다. 다음 날 경찰서에 불려온 김씨는 자신이 운전했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그런데 당시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현장검증 때도 도주로를 전혀 다르게 재현했다.
김씨는 자신이 운전하지 않은 사실을 경찰이 눈치 채자 지인 박모(36)씨를 운전자로 끌어들였다. 박씨는 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고 실제로도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불려간 김씨는 다시 “내가 운전했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그가 허위 진술을 강요받고 있다고 보고 주변인을 조사했다. 그의 남편 최모(35)씨는 3차례 음주운전, 사고 후 미조치 등 교통범죄 전력이 여럿 있었고 면허 취소 상태였다.
김씨의 스마트폰에는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있던 중 다시 음주 무면허운전을 한 경우 실형대신 벌금에 처하는 경우가 있을까요?’ ‘무면허운전 중... 골목길 물피 사고 도주 질문이요 ㅠㅠ’ ‘면허취소 후 무면허운전 벌금 얼마?’ 등의 인터넷 검색 문구가 확인됐다.
김씨는 “남편이 현재 다른 일로 형사재판까지 받고 있다”며 “이번 일로 구속될지 몰라 거짓말했다”고 자백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최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광란의 음주운전 해놓고 “아내 짓”… 비겁한 남편 쇠고랑
입력 2016-06-08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