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악마의 섬 바로 그 술집” 신상털기 맹폭

입력 2016-06-09 00:03
전남 신안군을 겨냥한 ‘신상털기 광풍’이 거세다.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 이후 분노한 네티즌들은 신안을 ‘헬(지옥) 신안’ ‘악마의 섬’ 등으로 부르며 사이버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SBS 방송화면 캡처


‘악의 소굴’로 추락하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신안 관련 게시물이 늘고 있다. 지난 주말에 사건이 불거진 이후 신안은 각종 커뮤니티의 주된 소재로 급부상했다. 피해 여교사가 피의자들과 술을 마신 곳으로 추정되는 식당 사진까지 퍼지고 있다. 사진 속에 고스란히 노출된 식당 주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검색해 주인의 얼굴을 찾아봤다는 인증 글도 이어졌다. 이 글에는 ‘여기서 성폭행 모의하고 여교사에게 술 먹였겠지’라거나 ‘술 먹고 그럴 수 있다고 인터뷰한 주민의 신상을 파헤치자’는 댓글이 달렸다.


군청 크기도 시빗거리가 됐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강원도 평창군과 비교해 지방세 징수액은 3분의 1에 불과한데 신안군청은 평창군청보다 크고 사치스럽다는 지적이다. ‘로드뷰’로 두 청사를 비교한 사진도 곁들여졌다.

신안군청 전경. 다음 로드뷰 캡처

이밖에 섬 노예 사건, 염산·황산 등 독성물질을 김 양식장에 사용해 적발된 사건 등을 들춰내며 ‘공포스러운 곳’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급기야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1000억 받고 신안에서 평생 살기 vs. 안 살기’라는 제목의 글까지 올랐다. 이 글에는 “안 갑니다. 내 몸은 소중하니까요”라는 댓글 수십개가 달리기도 했다.

통계로는 안전한 지역

여론이 악화되자 신안군과 지역사회단체는 8일 일제히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신안군의회는 “황망하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교육청과 강력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37개 지역사회단체 회원 100여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여교사와 가족, 국민에게 깊이 사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신안은 정말 위험한 곳일까. 통계는 다른 얘기를 한다. 국민안전처가 2014년 공개한 ‘지역안전지수’ 가운데 범죄분야(군 단위, 총 5개 등급)에서 신안은 웅진 진안 임실 순창 영양 울릉 합천 등과 함께 1등급을 받았다. 또 신안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전국 성범죄 위험도(2010~2013년)’ 조사에서 함양 거창 의령 영동 의성 영양 봉화 등과 함께 가장 안전한 12개 지방으로 꼽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신상 털기’를 방불케 하는 비이성적 사이버 공격을 경계했다. ‘대중의 관음증’이 변질되고 있다고 봤다. 구정태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소하고 불필요한 정보까지 속속들이 찾아내는 건 결과적으로 타인의 인격을 침해할 수 있다”며 “당사자가 어떤 피해를 입고 고통을 받을지를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태도가 절실하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익명으로 숨어서 남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걸 자제하는 시민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기 기자, 목포=김영균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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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