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결단, 정진석 양보로 협상 물꼬는 텄지만...

입력 2016-06-08 16:04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8일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의 최대 난제였던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양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꽉 막혀 있던 여야의 협상도 물꼬를 트게 됐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미래전략 포럼’ 창립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 의장직을 양보하겠다. 그렇게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가 ‘의장은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은 최다선(8선)인 서청원 의원의 결단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 의원은 정 원내대표와 함께 참석한 포럼에서 의장직 불출마 선언을 한 뒤 “크게 미래를 보면서 야당에서 국회의장을 달라고 하면 줘버려야 한다”며 “원 구성은 늦추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의장 자리에 욕심을 갖고 있다는 의혹을 받지 않도록 물꼬를 터주고 싶었다. 정 원내대표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의 양보로 법정 시한을 이미 넘긴 국회의장단 선출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도 새누리당의 입장 변화에 환영의 뜻을 밝혔고,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도 “더민주도 많은 양보를 해 원 구성이 되도록 협력해야 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그(서 의원)의 통 큰 결정에 경의를 표하며 이로써 서로 양보하여 원만한 원 구성에 박차를 가하자”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의장을 더민주에 내주는 전제 조건으로 운영위원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단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은 국회의장을 맡지 않는 당이 맡는 것으로 (여야의) 의견 조율이 된 상태”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의 제안에 따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협상을 재개했다. 하지만 여전히 조율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어 9일로 예정된 상임위원장 선출 법정 시한은 또 넘기게 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다 정 원내대표는 의장직을 너무 쉽게 양보했다고 비판하는 친박계(친박근혜)계도 설득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