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한라산 백록담의 바닥을 뚫어 정확한 화산폭발 시기를 예측하는 체계적인 학술조사가 이뤄진다.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은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과 공동으로 2016∼2019년까지 진행되는 ‘한라산천연보호구역 지형·식생·기후 기초학술조사’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학술조사는 자연적·인위적 요인에 의해 침식과 변형이 진행되고 있는 ‘한라산천연보호구역’에 대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주요 영향인자를 밝혀 장기적 대응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된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7월 중순 헬기를 이용, 시추작업에 필요한 장비를 싣고 퇴적물 분석을 통한 방사성탄소연대측정에 나설 방침이다. 연구팀은 조사에서 산정화구호인 백록담 바닥을 20∼40m가량 2∼3공 뚫어 단단한 암석위에 쌓여있는 퇴적물을 끌어내고, 토양과 암석 등의 시료를 채취,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한라산 화산분출 시기를 새롭게 규명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이에 앞서 퇴적물의 분포패턴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이달 중순쯤 물리적인 방법을 이용, 시추위치 선정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에 나선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백록담은 2만5000년 전에 분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10년 전에도 백록담 퇴적층 탐사가 이뤄졌지만 이번 퇴적층 시추 및 분석을 통해 보다 정확한 연대측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전체 학술조사는 약 92㎢에 달하는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을 4등분해 4년에 걸쳐 연차별로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는 한라산 백록담을 포함한 북서부지역을 대상으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9개월에 걸쳐 연구조사를 진행한다.
연구팀은 특히 한라산 서부지역(46㎢)에 대한 항공라이다(LiDAR) 측량과 북서부 지역에 대한 지형·지질형성 연구, 생성연대 측정, 동·식물 분포특성, 장기 기후변화 등을 집중 조사한다. 항공라이다 측량은 한라산의 지형적 특징을 수치화된 자료로 구축하는 데 필수자료로 활용되며, 향후 한라산 침식변형을 장기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밖에 계절별, 고도별 동·식물의 분포 현황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한라산 정상부 1700m 이상 식생분포도와 대표군락에 대한 식물목록을 작성하고, 멸종위기식물 분포 특성 및 위협요인, 각종 식물의 분포지에 대한 위치정보도 정확히 파약해 기록한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연구가 향후 한라산에 대한 가치향상과 장기적 보존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돼 세계자연유산에 걸맞은 콘텐츠 다양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올해는 과학적 정량화를 통한 효율적 보존관리의 원년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사상 처음 한라산 백록담 바닥 뚫어 정확한 화산폭발 시기 예측한다
입력 2016-06-08 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