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샤오강, 위엔민준, 쩡판츠 잇는 중국 블루칩 작가 캉용펑 한국 첫개인전 ‘열정과 생명력’

입력 2016-06-08 13:39
Don_t bother who I am No.18 2013, oil on canvas, 160x120cm



7월 10일까지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특유의 질감과 손맛 담긴 신작 20여점 전시

중국 작가 캉융펑(康勇峰·37)은 장샤오강, 위엔민준, 쩡판츠 등 국제 미술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차이나 블루칩 아티스트’의 계보를 잇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2년부터 중국 미국 프랑스 스위스 영국 홍콩 등에서 전시된 그의 작품은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샤넬이 소장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의 한국 첫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7월 10일까지 열린다. 아트사이드갤러리는 장샤오강과 위엔민준이 스타 작가로 뜨기 전에 국내 처음 소개했던 화랑으로 캉융펑 역시 그런 기대감을 갖고 초대전을 마련했다. ‘열정(熱情)’이라는 제목으로 아름다움과 기쁨, 파괴와 고통의 이중적 이미지를 지닌 신작 20여점을 선보인다.

Moonlit Night of Spring 2015-2016, oil on canvas, 240x1000cm

길이 10m의 대작 ‘Moonlit night of spring’(달이 비치는 봄의 밤)이 눈길을 끈다. 거칠고 마른 고목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자동차가 등장한다. 죽어있는 돼지 등 가축도 눈에 띈다. 한쪽에는 사자 한 마리가 관람객을 응시하고 있다. 물감을 잔뜩 찍어 바른 역동적인 붓질과 두툼한 마티에르(질감)는 서정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전시를 위해 방한한 그는 “작품들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현상을 대변한다고 보면 된다. 화면에 등장하는 파괴된 모습은 의도적이다. 관람객이 보기에는 무언가에 의해 파괴돼 폐허가 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부서진 자동차에도 에너지와 생명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캉용펑 작가

1979년 중국 후난성 인근 시골에서 태어나 중소 도시를 거쳐 대도시 톈진에서 대학을 나온 그는 “내가 태어나서 성장하기까지 시골과 중소도시, 대도시 등을 거치며 중국의 변화상을 알게 모르게 겪은 것들을 작품에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작업에 영향을 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와 렘브란트(1606~1669)를 소재로 한 ‘Don’t bother who I am’(내가 누구인지 신경 쓰지 말라) 시리즈도 출품됐다. 작가는 “외부와 타협하지 않는 그들의 정신세계가 나를 매료시켜 그리게 됐다”며 “앞으로 다른 유명 화가들도 작품에 끌어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매화 등을 그린 ‘Scenery splinters’(풍경 조각), 부서진 오토바이를 화폭에 옮긴 ‘Viewing’(보기) 등은 생명력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다. 매화 가지는 꺾이고 부러져 차갑고 혹독한 느낌이다. 이 그림은 매화를 보고 그린 게 아니라 상상력으로 완성했다. “물론 매화가 우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때 그렸다. 파편화된 매화는 더욱 강한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충격적으로 붓질했다”는 게 작가의 의도다.
Viewing No.88 2011, oil on canvas, 200x160cm

활발하고 자유로운 손놀림으로 그려진 강렬하고 두터운 물감 표현이 에너지 넘치고 감각적이다. 특유의 섬세한 묘사는 사실적인 느낌을 돋보이게 한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새로운 방향성과 가능성을 모색해온 작가의 개성 있는 작업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그의 그림이 보여주는 ‘질감’과 ‘손맛’은 디지털 시대에 신선한 울림으로 다가온다(02-725-1020).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