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해운 2개 업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4월부터다.금융위원장 주도로 범정부 차원으로 구성된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 3차 회의에서 업종 전체가 구조적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해운 2개 업종에 대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후 ‘금융당국-국책은행간 협의체’를 매주 2, 3회 개최해 구조조정 추진상황을 점검했다.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1차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는 2개 업종에 대한 그간의 구조조정 과정을 점검했다.
릐갈 길 먼 해운사들=해운업의 경우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양대 원양선사의 재무구조와 유동성이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경영정상화 계획을 마련했다. 현대상선은 용선료(선박 임대료), 사채권자 채무조정, 협약 채권자 자율협약의 3개 채무조정 과정을 추진하고 실패할 경우 원칙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달 24일 용선료와 사채권자 채무조정과 글로벌 얼라이언스(해운 연합체) 잔류를 조건으로 채권단 채무조정안을 결의했다. 또 지난 달 31일과 지난 1일 이틀간 사채권자 집회에선 공모채(8043억원) 채무조정을 가결했다. 용선료 협상도 이달 말까지 마무리짓기로 했다.
한진해운도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한 뒤 현대상선과 동일한 원칙과 과정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3개 채무조정을 통한 정상화 방안 성공을 전제로 채무 상환을 3개월 유예하는 조건부 자율협약을 지난달 4일 개시했다. 현재 한진해운은 22개 선주사와 용선료 조정 협상을 진행 중이고 이달 말 사채권자 집회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과정이 끝나도 과제는 남아있다. 현대상선은 정상화의 전제조건인 글로벌 얼라이언스 ‘디(THE) 얼라이언스' 편입, 채권단 자율협약에 따른 출자전환 등 재무구조 개선과 지분구조 개편에 나선다.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소유주가 부족한 유동성 해결에 나서야 하고 용선료 협상 등을 지원해야 한다.
중장기 발전방안도 마련했다. 경쟁력이 있는 글로벌 선사로 재탄생하기 위해 경영능력을 갖춘 업계 전문가를 CEO로 선임하는 등 조직 체제 개편에 나서기로 했다. 또 선대 합리화 등 원가절감과 장기운송 계약·해외터미널 확보 등 안정적 영업기반 마련에도 힘을 쏟는다.
릐대형·중소형 조선업체 모두 점검=조선업은 현대·삼성·대우 등 대형 3사와 STX·성동 등 중소형사 등 산업전반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대형 3사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주채권은행이 선제적 채권보전 차원에서 자구계획을 수립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반영해 추가 자구계획을 수립했다.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 등 3개 금융사 등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일부 사업을 철수하거나 자회사 분할 후 지분매각했다. 또 3개 도크의 순차적 가동중단과 설비매각, 인력 감축 등 경영합리화와 사업조정에 나섰다. 그 결과 약 3.5조원을 확보했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최대 3.6조원의 유동성도 추가로 확보했다.
주채권은행인 하나KEB는 현대중공업이 전망한 것보다 큰 규모의 수주 감소가 발생하더라도 대응이 가능한 자구계획으로 평가했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3년간 연평균 156억불 수준의 수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과거 6년간 평균의 85% 수준이다.
삼성중공업도 부동산·유가증권 등 비핵심자산을 팔고 수주목표 축소에 따른 잉여생산 설비를 매각했다. 또 인력 감축과 급여반납, 복리후생 축소 등을 통해 1.5조원을 확보했다.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 유상증자 등 유동성 대책도 마련했다.
산업은행은 자구계획 규모는 작지만 유동성 대책이 포함돼 있어 적정한 계획이라고 판단했다. 향후 3년간 삼성중공업의 수주 전망은 지난 6년간 평균의 50% 수준인 연평균 55억불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은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라 지난해 10월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후 경영정상화 방안에 포함된 1.85조원의 자구계획과는 별도로 약 3.5조원 규모의 추가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재원은 생산능력 30% 축소에 따른 도크 축소와 매각, 웰리브·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14개 자회사 매각, 특수선 사업부문 자회사 분할과 인건비 절감 등으로 마련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이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성동조선, 대선조선, SPP조선 등 중소 조선사도 원칙에 따라 구조조정에 나섰다. 공급능력을 축소하고 자구노력을 강력히 추진하되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은 없다는 게 구조조정의 원칙이었다. 또 이미 수주한 선박은 최대한 빨리 건조한 뒤 인도해 채권단의 선수금환급을 요구(RG Call) 손실 가능성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유동성 부족이 발생할 경우 자체노력으로 해결하고 자체해결이 어려울 경우 개별회사 처리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성동조선은 2019년까지 자금부족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평가됐다. 대선조선은 2017년 자금부족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인건비 절감으로 자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SPP조선도 이미 수주한 선박 13척의 건조·인도를 완료하기로 했다.
조선업계는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대책도 추진한다. 우선 주채권은행은 자구계획 이행을 점검한다. 또 국책은행의 대규모 해양 프로젝트에 금융을 지원할 경우 ‘조선해양사업 정보센터’의 수익성 평가를 의무화해 저가 수주를 방지하기로 했다.
조선협회 주관으로 국내 조선산업의 적정 공급능력 규모 등을 분석하기 위한 업계 공동의 컨설팅 용역도 진행한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