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도시, '빗물' 붙잡아 '수분충전'…'물순환 선도도시' 5곳

입력 2016-06-08 12:00
전국 5개 도시가 수질오염과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물순환 선도도시, ‘촉촉한 도시’로 선정됐다. 환경부는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경북 안동시, 경남 김해시 등 총 5개 도시를 물순환 선도도시(촉촉한 도시)로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물순환 선도도시는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 홍수, 지하수부족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빗물이나 눈 녹은 물이 지하로 스며들 수 없게 하는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으로 포장된 도로, 주차장, 보도 등 불투수 면적이 높은 기존 도시지역의 빗물 유출을 최소화하는 정책이다. 도시의 물순환 흐름을 고려해 식물재배화분, 나무여과상자, 식생수로, 침투도랑, 투수성 포장 등의 투수성 시설로 침투 및 저류를 증가시키는 '저영향개발기법'이 도입된다.
물순환 선도도시 개념도. 환경부 제공

 환경부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인구 10만명 이상의 대도시 74곳을 대상으로 물순환 선도도시를 공모한 결과 총 9개 도시가 지원했다. 이중 전문가 심사위원회의 현장평가와 서류평가를 거쳐 사업 타당성, 추진기반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5곳을 최종 선정했다.
 5개 도시는 환경부의 국비와 한국환경공단 기술검토를 지원받아 내년부터 4년간 총 1231억원의 규모의 물순환 개선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물순환 선도도시로 선정된 지자체는 도시별 물순환 개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빗물 분산관리를 규정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조례에는 신규 개발과 건축사업, 도시 정비사업 등을 추진할 때 일정량 이상의 빗물을 침투·저류는 방안을 의무화하거나 권고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다. 환경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표준조례(안)을 제공할 예정이다.
 내년에 우선 도시별로 물순환 개선목표와 실행계획을 담은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2020년까지 물순환 취약지역에 대한 시범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후 물순환 개선사업을 도시 전체로 확대한다. 특히 식생수로, 옥상녹화 등 국내에 이미 도입된 저영향개발기법 외에도 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기법을 공모해 도시마다 특색 있는 생태 휴식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남 김해시 외국인거리 일대의 시범사업 조감도. 환경부 제공

 광주와 대전은 시청 청사가 위치하고, 인근 하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지역에 투수블록, 옥상녹화 등을 적용할 예정이다. 수질 개선과 함께 시민들에게 휴식 공간도 제공한다. 광주는 광주천 인근 치평동 상무지구, 대전은 갑천 인근 둔산동이 대상이다.
 울산(태화강 삼호동 철새서식지 인근 일대), 경북 안동(낙동강 인근 문화의 거리)은 실개천과 비슷한 기능을 갖는 식생 수로를 조성한다. 빗물의 수직 순환 뿐 아니라 수평 순환도 강화시켜 수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하고 생태네트워크도 복원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남 김해는 동상, 회현, 부원 상업지구 등 오래된 도심 시가지에 빗물정원, 식생수로 등을 조성해 도시 경관과 물순환을 함께 개선할 계획이다.
미국 시애틀의 식생체류지. 환경부 제공

 우리나라 대도시 도심지역은 불투수면적율이 높아 물순환 왜곡이 문제가 돼 왔다. 비가 많이 내릴 경우 빗물이 직접 유출되어 홍수와 수질악화가 일어나고 가뭄에는 도시에 저장된 물이 부족하여 하천이 마르는 식이다. 서울 청계천의 불투수면적율은 71.5%에 달한다. 울산 태화강(52.3%), 대전 유등천하류(51.2%), 광주 광주천(46.9%) 등 불투수면적률이 유역의 건강성을 악화시키는 기준인 25%를 웃도는 소권역이 51곳이나 된다.
미국 뉴욕의 저영향개발기법 적용 전후. 환경부 제공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저영향개발기법을 적극 도입해 수질개선, 빗물 유출저감, 열섬완화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워싱턴 주에서는 빗물 분산관리 조례를 2002년 제정한 뒤 부유물질, 질소·인 등의 수질오염이 60%이상 저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베를린 시는 불투수면을 저감시켜 여름철 기온을 최대 3℃가량 낮추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창에 조성된 빗물유출제로화 단지가 빗물 유출량을 17.5% 줄여 수질개선 효과를 거뒀다.
호주 브리즈번 시청의 빗물정원. 환경부 제공

 환경부 관계자는 “지역 주민의 생활 속 실천도 중요하다”며 “집 옥상 녹화를 하거나 화단을 설치해 빗물이 침투할 수 있는 면적을 확대하고 비오기 전 집, 가게 앞을 청소해 오염물이 하천으로 씻겨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