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내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나쁘게 작용하기도"

입력 2016-06-08 07:53

영화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이 초반 흥행 돌풍과 자신에 대한 선입견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또한 오는 10일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 출간을 예고했다.

8일 오전 0시 30분 방송된 SBS ‘나이트라인’에 출연한 박 감독은 200만 관객 돌파에 대한 앵커의 질문에 “아직은 예고에 불과한 수준이다. ‘출발이 좋다'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이 기세가 꺾이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또 ‘아가씨’의 칸영화제 수상 불발에 대해 “상을 받았다고 해서 우쭐하거나 자만하지 않았던 것처럼 못 받았다고 실망스럽거나 좌절하진 않는다”면서 “다행히 본상은 아니지만 저희 미술감독이 큰 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소설 ‘핑거 스미스’를 영화화 한 것에 대해서는 “극중 인물들이 살아있고 구성이 재밌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전개된 후, 다시 돌아와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반복해서 본다. 그런데 그 반복이 지루하지 않고 재밌다. 영화에서 그 매력을 훨씬 소설보다 더 살려보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시각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전했다. 그는 “조진웅이 서화 콜렉터로 나온다. 그래서 미술, 특히 서재를 어떻게 꾸미느냐가 중요한 요소였다. 일제강점기인 만큼 그 시대의 한국, 그 시대의 친일파의 내면이 어떤 것인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려고 애를 썼다”고 돌아봤다.

“영화 팬들의 기대가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좋기도 하지만 고정관념 같은 게 생겨서 ‘저 사람 영화는 어떨 것이다’ 하는 선입견이 나쁘게 작용하기도 한다. 영화 ‘아가씨’는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장면이 없는데도 지레 겁 먹고 못 본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서 “‘아가씨’는 그런 무서운 영화가 아니다”고 웃었다.

박 감독은 또 자신을 영화감독으로 이끈 작품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이라는 사실도 전했다. 그는 “영화를 고등학생 때부터 좋아하긴 했지만 대학교 3학년이 끝날 때 쯤 히치콕의 ‘현기증’이라는 영화를 보게 됐다.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나도 저런 세계를 창조하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학시절 영화 동아리에 앞서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했다고 밝힌 그는 “영화에 빠지는 바람에 사진 동아리에서 나왔지만 계속 사진을 찍어 왔다”면서 “이번에 영화 ‘아가씨’를 찍으며 배우나 촬영 현장 부근의 풍경 사진을 모아 사진집을 낸다. 두 번째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영화를 그만 두게 되면, 투자를 더 이상 못 받게 된다거나 하면 사진작가로 살아보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웃음을 안겼다.

한편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네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