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린 연기력’ 김민희, 충무로 ‘0순위’가 되기까지

입력 2016-06-07 19:14 수정 2016-06-07 19:21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상 받고도 남을 연기를 했죠.”

배우 김민희(34)가 영화 ‘아가씨’에서 선보인 열연에 대한 박찬욱(53) 감독의 평가다. 지난달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자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비록 진짜 수상으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극 중 김민희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폭력적인 이모부(조진웅) 밑에서 자란 귀족 아가씨 히데코 역을 맡았다. 한 떨기 꽃잎처럼 연약한 인물인데 하녀 숙희(김태리)를 만나면서 달라진다. 사기꾼 백작(하정우) 앞에서는 누구보다 냉정하고 단호하게 행동한다.

이토록 입체적인 캐릭터를 표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어 대사를 구사하는 것부터 숙제였다. 더구나 17년 연기 인생 중 처음으로 수위 높은 노출과 애정신을 소화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이 작품의 모든 게 도전이었다. 하지만 김민희는 해냈다. 그것도 매우 성공적으로.


김민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그의 전작 ‘화차’와 ‘연애의 온도’(이상 2012)를 언급했다. 두 작품 속 연기를 보고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민희는) 충무로 감독들이 가장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하는 배우가 됐다”고 치켜세웠다.

실제로 ‘화차’를 김민희의 터닝 포인트로 꼽는 이가 적지 않다.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한 여인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표현했다. 이후 ‘연애의 온도’와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에서는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를 해냈다. 서서히 몸이 풀리다가 ‘아가씨’에서 정점을 찍은 느낌이다.

사실 김민희는 연기 면에서 그리 주목받는 배우가 아니었다. 모델 출신인 그의 이름 앞에는 늘 ‘패셔니스타’ 수식어가 붙었다. KBS 2TV ‘학교2’(1999)로 처음 연기에 도전한 뒤 여러 작품에 출연했으나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가녀린 발성과 어색한 대사 처리 등을 자주 지적받았다. 물론, 이제는 다 옛날 얘기가 됐다.


당당히 충무로 대표 여배우로 자리 잡은 김민희는 ‘아가씨’ 이후 쏟아지는 칭찬들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는 모습이다.

개봉 전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지금까지 인연이 닿았던 모든 작품을 소중하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늘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계속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마음으로 작품을 고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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