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근무 여성 피해 더 있다. 소문 파다. 수사 이뤄져야

입력 2016-06-07 19:01 수정 2016-06-07 19:04
“그곳은 무서운 섬이었다.”
전남의 한 섬마을 초등학교로 부임한 20대 여교사를 성폭행한 학부모 3명 가운데 1명인 학부모 김모(38)씨가 악의 탈을 쓴 상습 성폭행범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김씨는 2009년 1월 21일 밤 10시쯤 대전시 서구 갈마동 소재의 A씨(당시 20세) 집 현관문 초인종을 눌러 A씨가 문을 열자 밀치고 들어간 뒤 수차례 폭행해 옷을 벗기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술기운에 섬마을 여교사를 성폭행 했다는 가해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이들의 범행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된 범죄일 가능성이 커졌다.
더구나 일부 섬 주민들의 입에서 전해져오는 ‘섬으로 전출 온 여성에 대한 성폭행 사건들’에 대한 소문이 어느 정도는 사실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의 소문에 대한 실체가 확인된 바는 없지만 섬마을로 전출 왔던 여성들에 대한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수사가 새롭게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다.
전남의 한 섬에 사는 주민은 7일 인터뷰를 통해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특이한 경우죠. 이번 사건처럼 세상에 알려지는 경우는 거의 드물죠. 피해 여교사가 적극적으로 대처했으니 알려진 거죠. 섬에서는 이런 사건과 관련한 ‘~카더라’는 말들이 많이 돌아 다녀요.”라면서 “섬 지역에서는 성폭행과 유사한 일들이 있었다는 소문을 들은 주민들은 꽤 있을 것이다”고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여성들이 섬으로 발령받아 근무할 시 이 같은 최악의 상황(성폭행)들이 발생했다는 애기들이 많이 떠돈다”면서 “성폭행을 당한 여성도 사건을 신고한 일이 거의 없고, 이러한 소문을 들었을 주민들은 서로 쉬쉬하며 그냥 지나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폭행 사건을 경찰에 신고해 사건화가 되면 섬마을 주민들에게 자신이 특정되는 2차 피해가 우려돼 스스로 사건을 묻어버리고 감내해 버린다는 것이 그의 추측된 주장이다.
섬에서 1년간 근무를 했었다는 한 공무원도 “섬마을 주민들 대다수와 알고 지내면서 근무가 끝날 때까지 이곳을 떠날 수 없는 폐쇄적인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성폭행을 당해도 피해 여성들은 말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면서 “근무 당시에도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소문을 들은 여성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수사기관의 조사가 새롭게 이뤄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공교롭게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해당 섬마을 일부 주민은 이날 오전 한 방송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막말을 쏟아내면서 섬마을 전체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서울에서는 묻지마 해서 막 사람도 죽이고 토막 살인도 나고 그러는데,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라며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술이 시켜서 그랬는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까지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은 하는데···”라며 성폭행 가해자들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심각한 트라우마가 예상되는 피해 여교사에 대해서는 “안됐지”라며, 남의 일인 듯 성의 없이 답하는 주민도 있었다.
해당 섬 주민들의 입에서 이번 성폭행 사건이 별것이 아닌듯한 발언으로 쏟아지자 이에 공분한 네티즌들은 신안군 홈페이지에 해당 인터뷰와 관련해 신안군을 비난하고 이를 방치한 군수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급기야 글과 댓글이 쇄도하면서 신안군 홈페이지는 마비가 됐다.
피해 여교사를 진정으로 걱정해주는 주민도 있었다. 한 주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얼마나 무섭고 힘들겠어요? 이제 그 아픔을 어떻게 간직하고 살아가야 할지···”라며 안타까워했다.
섬을 찾은 관광객 박모(44·서울 관악구)씨는 “인간이 아니라 개·돼지만도 못한 짐승이죠. 어떻게 자신들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살펴주는 선생님을···, 정말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만행을 저지른 성폭행범들이 무거운 죄를 받아야 한다”며 분개했다.
현재 20대 여교사를 성폭행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주민 3명이 지난 4일 구속되면서 해당 섬은 온통 침묵에 휩싸여 있다.
더구나 이들의 추악한 범행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미리 공모해 순차적으로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주민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자긍심의 섬’이 한순간에 ‘금수(禽獸)의 만행 섬’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행여 마을의 수입원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뚝 끊어질까봐 애를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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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