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院) 구성 법정 시한이 도래했지만 정치권은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자신만만했던 협치는 어느새 뒷전으로 사라졌고, 기싸움과 밥그릇 다툼만 남았다. 각 당은 상대의 불합리함만 강조하며 면피에만 급급했다. 야권은 국회의장 자율 투표안을 밀어붙이며 압박했지만 새누리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운 것은 의회주의의 침해라며 맞섰다.
◇다시 돌아온 ‘국회의장 자율투표’=국민의당은 7일 ‘선(先) 국회의장 선출’을 여야에 제안하며 선공에 나섰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국회의장 후보를 내세우면 투표를 통해 결정하고 상임위 구성을 논의하자는 얘기다. 각 당의 합의에 의한 투표보다는 자율투표에 무게가 실린다. 민의(民意)로 구성된 여소야대 국회인 만큼 수적 우위를 보여주겠다는 힘의 논리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회는 원래 자율투표다. 자율투표를 하기로 합의를 하든, 단일 후보를 두고 각 당이 합의해 투표를 하든 결국엔 자율투표”라고 말했다. 더민주와 새누리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최근 “국민이 원치 않는다”며 물러섰던 자율투표 안을 다시 내세웠다. 국민의당은 의원총회(의총)에서 법정 시한을 넘길 경우 지난 1일부터 국회 개원 전까지 세비도 반납키로 의결했다. ‘캐스팅보터’로서 판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의도다.
◇‘자율투표’ 받고 ‘본회의 무산 책임’ 압박 나선 더민주=더민주가 격론 끝에 이를 받았다. 의총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유권자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대다수 의원이 ‘의장직 사수’, ‘자율투표 찬성’ 뜻을 모으자 우상호 원내대표가 나서서 수용했다.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후보를 찍을 리 없다는 판단이 뒷받침됐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국민의당이 (더민주를 지지하겠다는) 조건을 걸고 자유투표를 하겠다고 언급한 적은 없다”며 여당에 협상을 투표로 갈음할 것도 압박했다. 다른 칼도 내밀었다. 여당이 거부하면 본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했다. 이 경우 본회의 무산 책임이 자연스럽게 여당으로 넘어갈 것으로 본 것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느닷없이 국회의장을 갖겠다며 협상을 공전시키는 새누리당은 억지를 그만 부려야 한다. 야당 국회의장이 총선 민심”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1야당이 국회의장과 주요 위원회를 독식하는 것이 문제라면 국민의당이나 정의당과 함께 나누면 될 일”이라며 ‘발’을 담갔다.
◇새누리 “수적 우위 압박은 의회주의 침해”=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정진석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여소야대 상황이지만 야당이 표의 우위만 믿고 여당을 압박하는 것은 의회주의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원 구성 협상은 국회 관행에 근거해 합리적 설득을 통해 진행돼야 마땅하다”고 했고, 청와대 배후설에 대해선 “무엇이든 청와대를 물고 들어가는 것은 과거의 낡은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도 “앞서 더민주 박완주 수석이 야당끼리 그렇게(자율투표)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반발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바깥 민심은 국회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국민은 누가 의장을 차지하고 어떤 당이 상임위를 차지하는 가에 큰 관심이 없다”고 말해 소극적 협상 배경을 일부 설명했다.
그는 “원 구성 법정기일을 넘기게 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일을 빨리 시작하라는 게 국민들의 바람이다. 국민의 명령에 부응하기 위해 협상을 질질 끌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상 시기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6월을 넘겼지만 (이번엔) 당연히 이 달 안에 해결해야 한다. 의지를 갖고 있다”며 다시 ‘톤’을 낮췄다. 이에 따라 협상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 달은 아직 23일이나 남아있다.
강준구 고승혁 기자 eyes@kmib.co.kr
원(院) 구성 법정시한 당일까지 평행선만 달린 여야협상…‘개점휴업’ 국회 장기화하나
입력 2016-06-07 15:46 수정 2016-06-07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