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무는 필요하다, 하지만 은행은 필요하지 않다. (Banking is necessary, but banks are not)”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는 1999년 저서 ‘비즈니스, 생각의 속도’에서 은행의 위기를 위와 같이 예언했다. 실제 전 세계 은행산업에서는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고 부를만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핀테크 기업의 간편 송금이 개인 간 송금시장에서 확대되고 있고, P2P(개인 간) 금융, 크라우드 펀딩이 은행의 여·수신 업무를 점점 대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7일 은행회관에서 이런 은행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플랫폼 변화 관련 대응전략’ 워크숍을 개최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이날 워크숍에 참석해 “은행 기능이 와해되고 재정립되는 현상이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인증 → 채널 → 상품’으로 연결되는 금융플랫폼의 근본적 변화가 촉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진 원장은 인증단계에서는 신분증을 통한 대면인증에서 비대면 실명확인, 바이오 인증수단 도입 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들이 영업점에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개설이 가능하게 됐다. 채널 분야는 실질적인 거래가 발생하는 분야다. 과거 영업점, 자동화기기가 채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은행이 모바일뱅킹, 소셜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핀테크 기업과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상품선택 과정에서도 지급결제, 신용대출, 개인예금을 중심으로 제공방식과 내용면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워크숍에서는 은행권의 향후 대응과제 등이 논의됐다. 진 원장은 기존 은행이 유지하고 있는 오프라인 중심 채널의 효율적인 재편과, 탄력근무제, 특화영업점 등 영업점 운영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셜네트워크 등 내부 플랫폼의 구축 확장뿐만 아니라 비금융기업(통신, 유통) 등 외부 플랫폼과의 제휴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의 감독패러다임도 바뀔 전망이다. 금융 당국은 오프라인 중심의 기존 감독법규 기준을 모바일 중심으로 적극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은행의 신규 채널에 대한 내부통제기능 강화를 중장기적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디지털 상시감시지표를 개발해 신규 위험요인 발굴, 정보유출 사고예방에도 활용하기로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은행의 위기, 금융플랫폼 혁신으로 돌파하라
입력 2016-06-07 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