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 일본의 순교지를 탐방하며

입력 2016-06-08 09:44

얼마 전 CBS가 주최한 프로그램으로 크루즈를 이용한 3박4일간의 일본순교지 순례를 다녀왔다. 총 인원이 2,000여 명이나 되는 대규모 방문단이었다.

과거 일본은 오랜 내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포와 조총이 필요했고, 이것을 가지고 있던 포르투갈과 교역을 하게 됐다. 이 때 천주교를 받아들이고 그 대가로 총과 대포를 갖게 되었다. 막강해진 군사력을 이용해 일본 본토를 통일한 후, 임진왜란을 일으켜 조선을 침략했다.

그리고 조선의 기술자들을 모두 일본으로 데려갔다. 끌려간 도공들은 명품 도자기를 만들었고 일본은 이것을 중요한 문화 상품으로 만들어 유럽에 팔았다. 이렇게 모은 자금으로 과학 기술과 무기를 더 많이 구입해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키고 한국을 식민지로 삼아 우리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그 당시 천주교는 일본의 주요 종교가 되었고 신자 수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가 부흥하고 나니 이제는 정권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간주하여 천주교인들을 무참하게 처벌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천주교인들을 찾아내는 방법은 악랄했다.

예수님 그림을 바닥에 깔고 이를 밟고 지나가는 사람은 살려주고 머뭇거리거나 건너뛰는 사람은 잡아다 처형하고는 반드시 목과 몸을 분리해서 매장했다.

혹시라도 그들이 부활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몸에 큰 상처를 낸 다음 뜨거운 온천수에 거꾸로 담그는 형벌도 있었다. 20평 남짓한 좁은 감옥에 30여 명의 죄수를 감금하고 처형했다고 하니 그 잔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근대사에서 가장 많은 수의 순교자를 낸 나라가 바로 일본이라고 한다. 필요할 때엔 간이라도 빼 줄 듯이 천주교를 받아들이더니 필요가 없어지자 모두 처형한 일본의 정신은 실로 무섭다. 당시 순교자들이 과연 어떤 마음으로 신앙을 지킬 수 있었는지 참으로 궁금해 졌다. 과연 나는 이런 박해가 올 때 그들처럼 순교할 수 있을까?

이제 한국 교회도 박해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성애 허용법이 그 시작이다. 이 법의 정식 명칭은 ‘차별금지법’이 될 것이다. 이 법은 성적 차별뿐 아니라 사상이나 종교, 신념 등 모든 차별에 적용이 된다. 이단을 이단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고, 동성애가 성경에서 금지되어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 예수 그리스도 이외에는 구원이 없다는 말도 해서는 안 되며, 공공장소에서 신앙고백을 해도 안 된다. 타 종교를 차별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그리스도만이 구원”이라고 전도하면 처벌받게 된다. 이런 시대에 후손을 올바르게 가르칠 수 없다면 대한민국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과연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의 순교자들과도 같은 상황에서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예수님은 한 번도 나를 배신한 적이 없는데 나는 어떻게 예수님을 배반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을 던지고 순교했던 신앙 선배들의 절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

일본 순교지 탐방은 나 자신의 신앙도 재점검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 많은 목회자들이 신사 참배를 국가 행사라고 이야기했던 범죄도 기억난다.

그리고 이를 반대하여 갖은 고초를 겪은 주기철 목사님도 떠오른다. 나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내가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빛과 소금의 역할을 포기하고 시대의 조류에 떠밀려 내려갈 것인가. 나의 나약한 신앙을 한 번 더 탓해 본다.

“하나님, 저에게 십자가 군병이 되는 은혜를 주시옵소서!”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