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이만 데리고 세종 집으로 왔다. 늦어도 6일에는 인영이가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지난 주말 윤영이를 서울로 데리고 올라왔는데 결국 엄마와 인영이를 병원에 남긴 채 둘만 돌아왔다.
아내 몫이던 윤영이 등교 준비는 의외로 손이 많이 갔다. 난생 처음 큰 딸 실내화를 빨래비누를 뭍혀 솔질하고(우리 땐 1학년 때부터 직접 했던 것 같은데, 아닌가?ㅎㅎ) 가방을 챙기는 걸 지켜봤다. 일기 쓴 걸 검사하고 내일 아침밥을 미리 얹혔다. 윤영이를 재우고, 시원한 맥주 한 캔이 생각나는데 냉장고엔 맥주가 없다.
인영이는 다행히 어제부터 열이 잡혔고, 균 배양검사 결과에서도 세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제 컨디션만 회복하면 퇴원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항생제 부작용 탓인지 먹기만 하면 바로 설사를 해 엉덩이가 아프지만 큰 문제가 없다는 것만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인영이는 오늘도 밥을 안 먹으려고 해서 엄마 속을 태웠지만 “밥을 먹어야 집에 갈 수 있다”는 엄마의 협박에 밥 한 풀씩 받아먹었다고 한다. 일주일 새 앙상해진 인영이 다리를 보니 병원은 병을 치료하는 곳이지만 오래 있으면 병을 얻어가는 무서운 곳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세종에서 근무를 하고, 장인어른에게 윤영이를 맡기고 다시 서울로 갈 예정이다. 내일이든 모레든 글피든, 기필코 인영이와 아내를 데리고 내려올 것이다. 함께 있어야 가족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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