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 섬마을에서 학부모와 동네주민이 20대 여교사를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으로 연일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폐쇄된 지역사회에서 여교사로 지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털어놓은 글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7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전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섬 지역은 아니지만 면 단위 시골학교에서 초등교사로 3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A씨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A씨는 발령 받은 뒤 다른 선배 교사들로부터 들었다는 ‘끔찍한’ 경험담부터 소개했습니다. 노총각들이 나이순대로 순서를 정한 뒤 신규 여교사와 연결시켜주려고 노력한다는 내용입니다.
‘섬에 노총각들이 진짜 많다. 농사지어야 해서, 양식장 물려받아야 해서 고향 안 떠나고 섬에 사는데, 여자가 없어서 마흔이 되도록 장가를 못 가고 있다. 양식이 돈이 되니 섬에서 외제차 몰고 위세 떨고 다닌다. 노총각들이 연합회(?) 이런 거 만들어서 나이순으로 대기하다 신규 여교사가 오면 나머지 노총각들이랑 지역 주민들이 여교사를 들들 볶아 이어준다. 한 사례로 양식장하는 주민이 36살 몸 불편한 아들 병수발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신규 발령받은 여선생님 학교에 매번 꽃 보내고 전복 보내고 했대요. 결국 여선생님은 도망쳐 나오시고요. 이게 말이 됩니까?’
A씨는 3년 동안 학교 근처 관사생활을 했는데 관사 건물의 보안 상태 또한 위태롭다고 호소했습니다.
‘관사 처음 봤을 때 경악했던 게 현관..이라고 할 수도 없는.. 미닫이 문인데 안에서 걸쇠로 잠그고 생활해야 합니다. 그 교실 문 잠그는 걸쇠처럼요. 나올 때는 사물함 자물쇠로 잠급니다.’
A씨는 무엇보다 폐쇄된 지역사회의 술 강권하는 회식문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닭죽을 써주거나 반찬을 해주는 고마운 학부모들도 많지만 막무가내로 술을 강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군요. 또 농사를 짓는 분들이 반주를 곧잘 즐기니 술을 안 마시는 교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A씨는 “지역주민과 소통한답시고 학부모와 술자리 갖는 걸 피할 길이 없다”면서 “2차, 3차로 이어지는데 하나도 즐겁지 않고 관리자가 술 안 마신다고 싫은 소리하는 회식문화는 정말 다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교육청 관계자가 이 글을 본다면 국회의원 요구 자료와 같은 공문 그만 보내고 회식문화 근절 계획이나 좀 보내달라”면서 “다음날 수업에 지장 있으니 제발 2차 가면 벌금 때린다는 조치 좀 내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A씨는 용기를 내 신고한 신안 섬마을 집단 성폭행 피해 여교사를 응원했습니다.
‘이전에도 얼마나 많은 추태가 있었을까요? 그런데 쉬쉬하고 넘어가니 교육청도 모르고 그 동물만도 못한 자들이 학부모랍시고 추근댈 수 있었던 거예요. 그 선생님이 애들한테도 제대로 보여준 거예요. 몸 안 씻고 바로 경찰서 가는 것. 피해자가 잘못이 아니라 가해자가 천벌 받을 놈인 것 확실히 해주셨잖아요.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A씨는 아울러 지역사회의 폐쇄성과 얽히며 지속돼온 비상식적인 회식문화 등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라지길 바랐습니다.
A씨의 현실감 넘치는 글에 다른 네티즌들은 대체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섬 지역이나 전라도, 혹은 시골 전체에 대한 반감이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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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