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우스' '아마데우스'로 유명한 극작가 피터 쉐퍼, 90세로 타계

입력 2016-06-07 08:44

‘에쿠우스’와 ‘아마데우스’로 잘 알려진 영국 출신의 세계적 극작가 피터 쉐퍼(1926~2016)가 90세로 타계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쉐퍼가 6일 새벽 5시 30분 아일랜드의 카운티 코크 호스피스 병동에서 타계했다고 발표했다. 쉐퍼의 대리인에 따르면 최근까지 건강했던 쉐퍼는 지난 5월 15일 9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조카 등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여행중 갑작스럽게 통증을 느끼며 쓰러져 현지 병원에 입원한 뒤 회복되지 못했다.

쉐퍼는 1926년 영국 리버풀의 유태계 가정에서 쌍둥이로 태어났다. 그의 쌍둥이 형제인 안토니 쉐퍼도 극작가 겸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1944년 2차대전 중 군 징집 대신 3년간 탄광 근무를 한 뒤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해 역사를 전공했다. 극작가가 되기 전까지 출판사 직원, 도서관 사서 보조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이후 그의 작업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한 문학, 음악, 미술, 건축 등 예술에 깊이 천착한 그는 젊은 시절엔 비평가로도 활약했다.

그는 1954년 악보 출판사에 근무하던 중 그의 첫 번째 희곡 ‘소금의 땅’이 영국 BBC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1958년 ‘다섯 손가락 연습’가 이브닝 스탠다드 어워드를 수상하며 극작가로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다섯 손가락 연습’은 이듬해 뉴욕에서 공연돼 그에게 뉴욕 드라마 비평가상을 안겼으며 그의 작품 가운데 최초로 영화화 되기도 했다.

그는 1963년 설립된 영국 국립극장과 깊은 관계를 가졌는데, 1964년 ‘태양제국의 멸망’을 시작으로 여러 작품이 국립극장에서 초연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1973년 발표한 ‘에쿠우스’와 1979년 발표한 ‘아마데우스’는 성공적인 공연을 거쳐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그에게 토니상과 올리비에상 등을 안겨주었으며 두 작품 모두 영화화되었다.

‘에쿠우스’는 자신이 사랑하던 말 여섯 마리의 눈을 찔러 멀게 하고 법정에 선 17세 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전세계에서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1975년 초연 이후 자주 공연되는 스테디셀러 연극이다. ‘아마데우스’는 클래식계에 떠도는 살리에리의 모차르트 독살설에 착안해 집필한 작품으로 연극도 성공했지만 영화가 더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자신의 희곡을 영화 시나리오로 직접 각색해 아카데미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독특한 소재을 바탕으로 인간의 심리를 깊게 관조하는 유려한 극작술로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다. 평생 18편의 희곡을 쓴 그는 20세기 영국 극작가 중 가장 성공적인 작가로 꼽혀 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