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사업 잡아라...홍대 또다른 명물 '경의선 책의 거리' 사업자 각축전

입력 2016-06-06 15:55
'경의선 책의 거리' 조감도. 마포구청 제공

때는 2017년 5월의 주말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나평범씨는 가족과 ‘경의선 책의 거리’로 산책을 간다. 나씨가 기차 모양 부스에 진열된 인문서 신간을 훑어보는 사이, 아내가 데리고 간 두 아이는 다른 부스에서 그림책에 빠져 있다. 간간이 공연이나 강연도 열려 이곳으로의 ‘문화 충전’ 나들이는 나씨 가족의 주말 레퍼토리가 됐다.



서울 마포구청은 오는 10월 개장하는 ‘경의선 책의 거리’(이하 책의 거리)를 3년간 위탁 운영할 사업자 공모를 최근 완료했다고 6일 밝혔다. 공모 결과,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한국출판협동조합, 와우책문화예술센터의 3파전이 됐다. 이들은 모두 마포구에 둥지를 틀고 있다.

‘책의 거리’는 옛 철길을 따라 조성된 ‘경의선 숲길 공원’ 전체 구간 가운데 동교동의 경의선 홍대역사에서 와우교를 잇는 250m 구간에 설치된다. 열차 칸을 이어붙인 듯한 14개 부스, 책 상징 조형물, 야외 광장, 사무실 등으로 꾸며진다.

마포구청 이준범 문화관광과장은 “마포구는 파주 출판단지가 생기기 전, 출판사가 가장 많이 모여 있던 곳이고 지금도 500개 가까운 출판사가 있다”면서 “책이 융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키우면 마포의 특색을 잘 살린 문화콘텐츠가 될 것”이라며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위축된 출판 사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도전장을 내민 3개 사업자의 운영 전략은 세부적으로 다르지만 책을 넘어 문화 전반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문학과지성사 주일우 대표는 “형식상으론 단독 참여지만 출판인회의 회원사와 함께 운영할 것”이라며 타 출판사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또 홍대가 젊은 층은 물론 유커 관광객이 찾는 명소인 만큼 이들을 끌어들이는 프로그램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출판협동조합 측은 음악회 등 문화 행사,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강화해 거리 활성화에 주력한다는 복안이다. 조합 측 유성관 팀장은 “유수의 출판사, 문화기획사, 교육 프로그램 업체들이 함께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와우책문화예술센터는 홍대 인근에서 와우북페스티벌을 12년째 운영하고 있는 문화기획사다. 이채관 대표는 “책 판매 자체가 아닌 책을 매개로 한 페스티벌을 국내 처음 도입했다”면서 “그동안의 운영 노하우를 살려 상시적인 책 문화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마포구청은 심의를 거쳐 7월말까지 사업자 선정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올해 운영 예산은 2억6500만원이다. 추가적인 예산 확보가 과제다. 부스가 쪼개져 있어 관리가 어려운 점, 야간의 안전과 방범 문제 등도 고민거리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책의 거리는 고서점가를 제외하면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희소성과 상징적 가치가 있다”며 “서울의 명소로 탄생하려면 매력적인 시설과 프로그램이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