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상임고문, 무소속 이해찬 의원에 대한 태도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 안팎의 사정으로 이들을 무조건 끌어안을 수도, 내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 여권 대선 후보로 등장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공세 수위도 근심을 더하고 있다.
더민주에서는 ‘구의역 안전문 사고’와 관련해 박 시장에게 서울시 입장과 대책을 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더민주 지도부는 그동안 현장 방문 외에 특별한 조치가 없었지만 계속 손을 놓고 있을 경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에 분명한 귀책사유가 있는 만큼 박 시장을 불러 사고경위와 대책 마련에 대한 입장을 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비대위원들도 공감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박 시장이 더민주의 유력 대권 후보군 중 하나라는 점이다. 본격 대권 경쟁이 시작되기 전 유력 후보를 스스로 흠집 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적 고민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박 시장에게 상처를 주는 자리가 아니라, 박 시장이 전임 시장의 잘못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 시장과의 간담회를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손 전 고문에 대한 국민의당의 ‘화끈한 러브콜’도 더민주를 고민하게 한다. 문재인 전 대표와 박 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 당내 대선 후보군이 풍부한 점이 오히려 더민주의 손을 머뭇거리게 하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자칫 손 전 고문은 물론 다른 대권주자들에게도 ‘잘못된 사인’을 보낼 수 있다”며 “손 전 고문이 4·13 총선 유세에 동참했다면 당도 본인도 훨씬 운신의 폭이 넓었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 된 무소속 이해찬 의원의 복당 문제는 당내 주류·비주류 간 갈등의 뇌관이 돼가는 모양새다. 더민주 조직강화특위는 이달 초 이 의원 지역구인 세종시를 지역위원장 공모지역에 포함시켰고, 낙선한 문흥수 현 지역위원장이 신청한 상태다. 이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에 “복당을 신청했지만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현 지역위원장은 총선에서 당 지지율보다 크게 떨어져 낙선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내 주류 진영에서도 이 의원 복당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지도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더민주는 반 총장에 대한 공세수위를 놓고도 고심 중이다. 지난달 반 총장 방한 기간 중 더민주는 ‘유엔결의문’에 따른 도의적 책임을 거론하고, “검증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야권에서는 “반 총장을 물러나게 할 확실한 카드가 있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온다. 그러나 막상 검증 국면에서 야권이 결정적 ‘한 방’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무현정부 출신의 한 인사는 “반 총장의 출마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기상조”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사무총장 만들기에 나섰는데, 야권이 반 총장을 극한까지 몰아세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더민주, ‘박원순 손학규 이해찬 반기문’을 어찌 할꼬… 고민 깊어지는 제1야당
입력 2016-06-06 1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