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외교수장으로서는 최초로 쿠바를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부 장관을 만나 수교 의사를 사실상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이날 오전 쿠바 수도 아바나의 정부 건물인 ‘컨벤션궁(팔라시오 데 컨벤시오네스)’에서 한·쿠바 외교부 장관 회담을 갖고 “양국이 가진 잠재력을 더욱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 측의 생각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쿠바 간 공식 외교부 장관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장관과 로드리게스 장관은 2013년 9월 뉴욕에서 열린 한·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면담을 나눈 적은 있다.
윤 장관은 이번 회담을 통해 우회적인 단어를 사용해 쿠바와의 수교 의사가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우리나라와 쿠바는 수교를 맺지 않은 상태다. 1959년 쿠바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하고 피델 카스트로 혁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양국의 국교는 단절됐다. 이후 쿠바는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과의 혈맹 관계를 유지해 왔다.
회담에서는 이밖에 양자 협력과 글로벌 협력, 인사 교류 등 상호 관심사가 폭넓게 논의됐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어져왔던 문화나 개발협력 분야뿐 아니라 좀 더 폭넓은 실무 차원의 협력으로 양측의 접촉면을 넓혀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두 외교수장의 만남을 계기로 고위급 교류 등 다양한 차원의 후속 협의를 이어가면서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게 될 전망이다.
윤 장관은 “(관계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느꼈다”면서 다양한 후속조치를 모색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하지만 관계 정상화와 관련 쿠바 측의 구체적인 언급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회담을 마친 뒤 윤 장관은 한인후손회관인 ‘호세 마르티 한국 쿠바 문화클럽’을 방문했다. 그는 한인 후속들이 한·쿠바 관계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에 감사를 표하면서 “후손 여러분이 문화교류와 언어교류 등을 통해 한국과 쿠바 국민들의 마음과 마음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아바나=외교부 공동취재단 moderato@kmib.co.kr
건국 후 첫 한·쿠바 외교장관회담...양국 관계 개선 공감대 형성
입력 2016-06-06 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