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대한민국 외교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쿠바를 찾아 한·쿠바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윤 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인간으로서는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 전체에는 위대한 도약"이라는 최초 달 착륙자 닐 암스트롱의 명언을 인용했다. 쿠바와 혈맹(血盟) 관계인 북한으로서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5일 오전 9시 쿠바 수도 아바나 시보네이에 있는 컨벤션궁(팔라시오 데 컨벤시오네스)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을 만나 양자 협력, 글로벌 협력,인사 교류 등 상호 관심 사안 등을 논의했다.
회담은 당초 예정됐던 30분을 훌쩍 넘겨 75분 동안 진행됐다.
윤 장관은 먼저 쿠바에서 가장 애호되는 노래 '관타나메라'를 언급하면서 "가사처럼 아늑하고 포근한 정경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어 닐 암스트롱의 명언을 인용하면서 "개인에게는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에는 큰 도약이라는 말처럼 제 개인에게도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방문"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옛날에는 조그만 길이었다면 이제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길들이 여러 갈래로 나오고 있다"며 "이번 방문이 비교적 제대로 된 길이 되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윤 장관은 회담을 마친 뒤 쿠바 한인 후손들을 위한 문화원 회관인 '호세 마르티 한·쿠바 문화클럽'을 찾아, 방명록에 "쿠바 이민 95년을 맞는 시기에 한국 외교장관으로서는 최초로 쿠바를 방문하고, 한인 후손회관을 찾게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인 후손 여러분들이 한·쿠바 양국 간 마음과 마음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주시는 데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건강하신 가운데 양국 관계발전을 위해 더 큰 기여를 해주시길 기원합니다. 2016.6.5 대한민국 외교부장관 윤병세"라고 남겼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