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국가기관들이 개인 돈주들을 대상으로 물품 대금을 갚지 않거나 거래를 미끼로 금품 사기를 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주민 피해가 크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6일 보도했다.
북한 국가보위부 산하 외화벌이 기관이 한 수산물 도매장사꾼을 상대로 5만 달러어치의 물품대금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RFA는 전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이 사법기관 간부들에게 대놓고 삿대질을 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오래전부터 수산물 도매장사를 해온 이 장사꾼은 장사밑천이 많이 모이자 청진시 수남구역 어항동에 있는 ‘1만톤 냉동시설’을 통째로 빌려 개인 어부들이 잡아들인 수산물을 모두 받아들여 되거리(도매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진시에서는 개인들이 잡아들인 수산물은 모두 유가(씨)네 창고로 향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씨의 사업은 확장을 거듭했는데 이렇게 냉동처리한 물고기들을 전부 국가 외화벌이 기관들에 도매로 넘기면서 돈을 벌었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소식통은 이어서 “올해 4월, 평양에 있는 국가보위부 산하 외화벌이 기관이 함경북도 보위부 간부들을 앞세우고 유씨를 찾아와 행사보장을 위해서라며 당 대회가 끝나는 즉시 대금을 갚겠다는 계약서를 쓰고 몇 차례에 걸쳐 유씨의 수산물을 외상으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대회가 끝났음에도 보위부 외화벌이 기관에서 돈을 갚기는커녕 언제까지 갚겠다는 약속조차 회피하고 있으며 계약서를 쓸 때 동행했던 함경북도 보위부 간부들도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한다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소식통은 3일 “당 대회를 앞두고 당과 국가 무역기관들이 ‘돈주’들로부터 많은 장사물품을 외상으로 가져갔는데 당대회가 끝난 후에는 돈을 갚을 수 없다고 잡아떼는 경우가 한 두건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회령시만 해도 중국화교 장사꾼 2명이 ‘대흥무역’ 관계자에게 각각 중국 인민폐 6만위안, 5만위안을 빌려주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대흥무역 측이 무작정 돈을 갚을 수 없다고 억지를 쓰면서 돈을 떼어먹는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분노한 ‘돈주’들이 보안부 등 사법기관에 조사를 의뢰하고 있지만 사법기관들은 국가기관과의 거래이기 때문에 협잡이란 말은 통할 수 없다며 사건 접수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꼼짝없이 거금을 떼이게 된 돈주들은 국가기관앞에서 ‘내돈 내놓으라’고 고함을 지르며 항의하고 있다”며 “악에 바친 돈주들은 개별적 간부들의 이름까지 부르며 욕설을 퍼붓고 있는 형편”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