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기르면서 책임감 있고 반듯하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렇게 키운 게 미칠 듯이 후회됩니다.”
“둘째는 책임감 있고 반듯하게 키우지 않겠습니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모(19)군의 어머니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호소문의 일부입니다. 맘카페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어머니의 호소문에 눈물이 났다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일부 엄마들은 세월호나 강남 묻지마 살인 사건 등과 연결 지으며 “운이 좋아 내 자식이 곁에 있는 거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죠.
힘도 없고 빽도 없는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이 남 얘기 같지 않다는 의견도 이어졌습니다. 힘도 빽도 없지만 책임감 강한 반듯한 아이로 키웠더니 결국 남은 건 상사의 지시를 따르다 억울하게 죽었다는 절규가 엄마들의 마음을 울렸죠.
김군의 어머니는 가방 안에 기름때가 잔뜩 묻은 공구와 뒤섞여 있던 숟가락, 그리고 컵라면을 보고 한 끼도 제대로 못 먹고 일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며 오열했습니다. 그날은 생일 전날이었다면서 미역국은커녕 컵라면 하나를 못 먹고 죽은 자식을 애통해했죠. 비닐도 씌우지 않은 채 가방 속에서 나뒹굴던 숟가락이 있었다고 말할 땐 숨이 끊어질 듯 울었습니다.
가방 속 컵라면은 800원에 불과한 제품입니다. 통상 1000원이 넘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비교적 저렴하죠. 김군의 하루 식대는 2000원. 월급은 100만원 남짓이니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건 당연한 일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당직자들에게 제공되는 간식이었을지도 모르는 그 컵라면은 김군에겐 차마 먹지 못한 끼니였겠죠.
일부 엄마들은 김군의 짧은 생이 서민의 자식으로 태어난 이들, 이른바 흙수저 삶의 단편일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언제 어느 때 내 자식을 허망하게 잃을지 모른다며 불안하다고 했죠. 내 자식도 잠재적 김군, 나도 잠재적 김군의 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김군이 남긴 800원짜리 컵라면에 울컥한 엄마들은 젊은이들이 시작한 포스트잍 추모에 동참했습니다. 포스트잍은 1200원에 불과한 일회용이죠.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엄마들의 다짐은 비장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노력하겠다”
“19살 아이를 둔 엄마다. 부모세대가 아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마음이 찢어졌다. 또 다른 ‘김군’을 챙겨줘야 한다”
자식은 땅에 묻는 게 아니라 부모의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리는 현충일이죠. 김군의 어머니는 자식을 가슴에 묻고 현충일을 맞이했을 겁니다. 그리고 책임감 있고 반듯하게 키운 걸 후회하고 있을 겁니다. 김군 어머니의 후회가 안타깝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길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 더, 산자와 죽은자가 나눈 2000원 소통은 내 새끼를 지키려면 남의 새끼도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교훈으로 결말이 나길 간절히, 간절히 바랍니다.
◇맘(Mom)편 뉴스는 엄마의 Mom과 마음의 ‘맘’의 의미를 담은 연재 코너입니다. 맘들의 편에선 공감 뉴스를 표방합니다. 매주 월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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