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아니다. 부패 경찰 보이면 죽여버린다” 끊임없는 이 남자의 ‘거친 입’

입력 2016-06-05 22:24 수정 2016-06-05 23:24
“농담 아니다. 마약 밀매상들과 연계한 부패 경찰 내 눈에 보이면 죽여버리겠다.”
“만약 마약 밀매상이 체포를 거부하고 저항할 경우 총기를 보유한 시민들이 사살해도 좋다.”

마피아 두목이 한 말이 아니다. 이달 30일부터 6년 간 필리핀을 이끌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대통령 당선인(사진)의 발언이다. 선거 이후에도 그의 ‘놀라운’ 발언들은 계속되고 있다.

AP통신과 필리핀 GMA뉴스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는 4일(현지시간) 남부 민다나오섬 다바오에서 지지자들과 가진 당선 축하행사에서 ‘피비린내 나는 범죄와의 전쟁’을 천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실명은 밝히지 않은 채 고위 경찰 간부 3명이 부패했다고 언급하며 “알아서 사퇴하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이름을 공개해 굴욕을 당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두테르테는 “시민들이 정부가 벌이는 범죄와의 전쟁을 지원해야 한다”며 범죄 소탕을 도운 시민에게는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들은 범죄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지만, 실현될 경우 수사와 재판 등 사실 확인 절차도 없이 ‘즉결처분’이 이뤄져 무고한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필리핀 대선이 치러진 지난 5월 9일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다바오에서 투표를 마친 뒤 한 지지자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AP뉴시스


다바오에서 22년 간 시장을 지낸 두테르테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공권력과는 별개로 오토바이를 이용한 자경단(갱단)을 운용해 범죄 관련자들을 살해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 그 결과 다바오는 필리핀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히게 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무고한 희생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 가족 대부분이 빈민이고 그들이 지역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벌일 여력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된 항의나 인명피해 건수조차 파악이 안 된 것이다.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인권단체들은 두테르테식 ‘범죄와의 전쟁’이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