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아저씨 누구요!” 지난 1일 오전 9시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주택가에서 한 남성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대학생 자취방이 몰려 있는 곳인데 이른 아침부터 낯선 남자가 서성이고 있었다. 이 남성의 고함소리를 들은 낯선 사람은 뒤를 돌아봤다. 그는 순찰 중인 경찰관이었다. 이날부터 경찰관 제복이 바뀐 줄 모르고 수상하다고 여긴 것이다. “그 팀원이 뒤를 돌아봤더니 경찰인 것을 확인하곤 멋쩍은 듯 씩 웃고 갔대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지구대 팀장은 새 제복을 입고 근무한 첫날의 해프닝을 5일 소개했다. 경찰의 여름 근무복은 연회색에서 청록색으로 바뀌었다. 10년 만에 달라진 경찰 제복을 미처 알지 못했던 시민들은 어리둥절해했다. 순찰을 도는 경찰에게 다가와 “옷 바뀌었어요?”라고 묻거나 지구대에 들어왔다 낯선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다. 직장인 양모(30·여)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봐서 바뀐다는 건 알고 있었다”며 “사진으로는 촌스러워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차츰 새 옷에 적응해가고 있다. ‘사라진 넥타이’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한 경찰관은 “술 취한 민원인들이 넥타이를 잡아당겨 목이 졸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제는 잡아당길 넥타이가 없어져 편하다”고 했다. 경찰청은 필요할 때에만 자주색 넥타이를 착용하는 식으로 규정을 고쳤다.
다만 색깔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린다. 일선 지구대의 A팀장은 “이전 제복은 색이 밝아 약해보이는 느낌을 줬는데 바뀐 옷은 색이 흔하지 않고 강렬해 보여 좋다”고 강조했다. 일반 경비 등의 제복과 구분돼 좋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달리 B경장은 “새 옷이 스판 재질이라 활동하기 편하고 기능은 좋지만 색은 별로”라고 했다. 지난해 경찰청이 바뀔 제복 후보들을 놓고 일선 경찰관 의견을 물었을 때 청록색 선호도가 가장 떨어졌었다.
1981년부터 경찰생활을 했다는 한 경찰관은 “이번이 네 번째 제복”이라며 “예전에 청색 제복으로 바뀔 땐 죄수복과 색이 비슷하단 농담 섞인 불만이 나왔었다. 제복이 바뀔 때마다 항상 논란은 있다”고 전했다.
박은애 임주언 기자 limitless@kmib.co.kr
“게 누구요?” 10년만에 바뀐 경찰복, 시민 반응 백태
입력 2016-06-05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