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국회가 되면서 야권이 ‘정책 정당’을 외치며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전문성은 외면한 채 ‘알짜’ 상임위원회를 차지하기 위한 밥그릇 싸움만 벌이고 있다. 초선부터 대선후보급 중진까지 지역구 관리를 위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에만 지원하는 구태가 연출되고 있어서다. 원 구성 협상까지 늦어지는 통에 ‘일하는 국회’ 준비는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야권의 대선 후보급 인사인 중진 A의원은 알짜 중에 알짜 상임위인 국토위를 지망했다. 20대 총선에서 힘겹게 승리한 터라 지역구를 ‘바짝’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그는 외교·안보·통일 분야에 누구보다 전문성이 있지만 당의 기대와는 달리 외교통일위원회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국토위를 희망한 한 같은 당 B의원은 ‘울며 겨자 먹기’로 국토위에서 비인기 상임위로 선회했다. 그는 “외교·통일 문제를 그렇게 강조하던 A의원은 외통위에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당에서도 A의원을 외통위로 돌리려 하고 있어 결말은 아직 나지 않은 상태다.
수도권 재선의 C의원은 “정무위원회가 1지망”이라며 “원 구성 협상이 늦어져 상임위 배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다. 혼란스럽다”고 했다. 그는 “당에서는 자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로 보내려고 하는데 ‘노 땡큐’”라고 강조했다.
한 법조인 출신 야당 초선 D의원은 “산자위, 교문위 등을 희망하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며 “지역구 초선을 1순위로 배정한다고 하는데, 초선이 한둘도 아니고 중진들이 치고 들어올 경우도 있어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역구 관리가 힘든 법사위로는 가지 않겠다”고도 했다.
원 구성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는 것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주 원인이다. 상임위 배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전문인력 채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D의원도 어떤 상임위를 가게 될지 몰라 아직 전문 인력 보좌진도 채용하지 못한 상태다.
지역구를 관리할 필요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들은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상임위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대다수 지역구 의원들은 전문성 보다는 지역 예산과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을 쉽게 따낼 수 있는 상임위를 1지망으로 선택하고 있다. 재선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탓에 비례대표 의원들마저 전문 상임위에 가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국회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이 지역 챙기는 걸 나무랄 수 없지만 이 같은 경향이 확고해질 경우 의원들의 전문성이 ‘사장’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구만 생각하는 행위는 지양해야한다. 특히 지역구 의원에 밀려 비례대표 의원들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상임위를 가지 못하는 것은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기획]‘여소야대’면 뭐하나… 야당 의원들 '알짜' 상임위 경쟁 치열
입력 2016-06-05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