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장관 중 처음으로 쿠바 방문… 한·쿠바 관계 정상화 물꼬 트나

입력 2016-06-05 15:45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우리 외교장관 중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했다. 북한의 오랜 우방인 쿠바는 이미 지난해 미국과 수교를 맺은 바 있어 우리와도 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윤 장관은 4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에 한국 측 수석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ACS는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끼리 협력과 통합을 촉진하고자 1995년 8월 설립된 국제기구로 한국은 1998년에 옵서버 자격으로 가입했다.

윤 장관은 아바나 현지에서 우리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제가 대한민국 외교장관으론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한국과 쿠바 간 관계개선을 위해 조용하지만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면서 “이번 방문 자체가 이를 상징하며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쿠바 양국의 관계 정상화와 관련해선 “앞으로 한·쿠바 양측간 다양한 노력을 하며 부단히 매진하다보면 서로가 원하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처럼 접촉면을 넓혀 신뢰를 쌓다보면 어느 시점엔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장관은 ACS 정상 세션 연설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지하는 데 ACS 회원국들이 목소리를 내줄 것을 당부하는 등 북핵 문제 해결에 협조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국의 대(對)중·남미 외교에서 카리브해 국가들이 갖는 중요성을 설명하는 한편, 회의 의제인 기후변화와 지속가능개발 분야에서도 한국이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윤 장관의 연설문은 꽤 이례적으로 ACS 참가국 전체에 회람됐다고 한다. 연설문이 회람된 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발언을 제외하곤 윤 장관이 유일하다. 회의에 동석한 외교부 당국자는 “예외적인 배려 조치”라면서 “의장국 쿠바가 한국 외교장관의 첫 참석을 얼마나 각별하게 생각했는지 보여주는 예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ACS 정상회의는 미국과 쿠바가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후 쿠바에서 처음 열린 정상급 다자회의다. 윤 장관의 참석은 ACS 측의 초청에 따라 이뤄졌으며 특히 미수교국인 쿠바에서 열린 점을 감안했다. 다만 회의 일정이 박근혜 대통령 프랑스 순방과 일부 겹쳐 우선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장관 대리로 참석한 뒤 윤 장관과 교대했다.

조성은 기자 아바나=공동취재단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