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한국의 스타 피아니스트가 8일 동시에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에 나선다. 알렉상드르 타로(48)는 LG아트센터에서, 임동혁(32)은 JCC아트센터에서 각각 관객과 만난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바흐가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한 작품 가운데 최고의 역작으로 꼽힌다. 주제와 변주가 놀라울 정도로 치밀한 수학적 구성으로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하프시코드 곡이지만 오랫동안 피아노 연주자들의 사랑을 받아왔으며, 이 곡을 녹음한 음반도 매우 많다.
이 곡의 작곡에는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바흐는 1741년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헤르만 카를 폰 카이저링크 백작의 의뢰를 받아 ‘여러 가지 변주를 가진 아리아’라는 제목의 곡을 썼다. 당시 백작의 하프시코드 연주자인 골드베르크가 매일밤 이 곡을 연주했기 때문에 곡명이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음악학자들 가운데는 바흐의 모든 작곡 기교가 녹아든 이 곡이 백작의 자장가로 쓰여졌다는 것을 믿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타로와 임동혁이 각각 들려줄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두 피아니스트의 평소 연주만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낼 것으로 보인다. 우아하고 독특한 뉘앙스로 프랑스 피아니즘을 잘 구현하는 연주자인 타로는 바로크 시대 음악에 일가견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2000년대 프랑스 아르모니아 문디 레이블을 통해 녹음한 일련의 음반들은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19세기 쇼팽과 20세기 초반 파리 캬바레 음악을 녹음한 음반들 역시 그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주며 찬사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9개월간 일체의 공연을 접고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대해 면밀한 연구 끝에 음반을 발표했다. 생동감 넘치면서도 그만의 색채가 들어난 이 음반은 지난해 뉴욕 타임즈 선정 베스트 음반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 4년만의 이번 내한공연에서 한층 무르익은 바흐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임동혁은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피아니스트 가운데 한 명으로 국내 클래식계에 오빠부대를 처음 만들어냈다. 2001년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 클래식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편파 판정을 제기하며 수상에 불복하는 등 어린 시절 실력 못지 않게 여러 이슈의 주인공이 되곤 했다. 하지만 지난해 7년만의 독주앨범 ‘쇼팽 전주곡’을 발표하며 신동에서 젊은 거장으로 한단계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 음반은 'BBC 뮤직매거진'의 이달의 음반, 클래식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의 '에디터스 초이스' 등에 선정됐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이미 지난 2008년 로맨티시즘이 가미된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발매해 호평받은 바 있다. 이번에 샤콘느까지 그만의 예민한 감성이 가미된 젊은 바흐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8일 JCC아트센터에 이어 1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도 공연이 예정돼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타로와 임동혁의 색깔이 묻어날 골드베르크 변주곡
입력 2016-06-05 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