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아빠다 53> 다시 무균병동으로...

입력 2016-06-04 17:50
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기자였습니다. 올해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인영이가 항암 치료를 받은 지 어느 덧 5개월째가 됐다. 6월의 첫날, 인영이는 고용량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했다. 2주 전 입원 때 아빠와 첫날 같이 잔 게 트라우마가 됐는지 어제 내내 “아빠랑 안자” 노래를 불렀다.(아빠는 고맙다)
8시간동안 이어진 항암제 투여에 인영이 눈이 퉁퉁 부었다. 지난번 1차 고용량 항암치료때보다 구토와 설사로 더 힘들어했다.

고용량 항암제 MTX는 독성이 강해 맞은 뒤 이틀 동안 6시간 간격으로 해독제를 맞아야 한다. 해독이 돼 체내 독성이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져야 퇴원할 수 있다. 지난번에는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5일 만에 독성 수치가 떨어져 퇴원했듯이 이번에도 인영이가 굳건히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 오늘 독한 항암제에 구토와 설사로 힘들어했지만 8시간 이어진 항암치료를 꿋꿋이 소화해냈다.(아빠는 더 고맙다)
수액을 꼽은 손등이 아프다던 인영이가 선물로 받은 유아용 레고를 갖고 놀고 있다.

인영이는 항암제와 함께 들어갈 수액 때문에 손등에 바늘을 꼽은 채로 오늘 선물 받은 유아용 레고를 갖고 신나게 놀았다. 아내 말로는 2명의 예쁜 공주가 들어있는데 “아이들이 손이 아파서 자야한다”며 자꾸 재우려 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척수 주사도 없는데도 등허리가 아프다며 찜질을 요구하는 엄살을 부리는 거 보니 인영이도 입원생활에 조금의 여유가 생긴 듯싶다.

인영이가 토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울적할 즈음, 30년지기 친구 강호가 불쑥 찾아왔다. 약사인 강호는 인영이가 열이 안 떨어진다는 아빠의 의료상담에 “애들이 일주일동안 고열이 있는 건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큰 병원에 가보라고 충고해줬던 친구다. 그날 바로 인영이는 대전 을지대학병원에서 백혈병 의증 진단을 받았다. 강호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병원 앞 식당에서 소주 한잔을 하고 기자실 쇼파에 잠시 누웠는데 새벽 1시가 넘었다. 인영이는 다행히 잘 자고 있다고 한다.
입원하기 직전 인영이. 다시 패셔니스타한 모습으로 하루빨리 퇴원하길 기도해본다.

아빠를 다시 수습 시절 하리꼬미의 세계로 인도하며 기자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내 딸, 토하면서도 아빠랑 빨리 퇴원해서 마트가자는 말에 웃던 인영아, 아빠가 많이 미안하고 사랑한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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