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어떠한 입장 표명 없이 대화를 제의한 것은 진정성이 결여된 위장 평화 공세에 불과하다”며 “무의미한 대화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해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본회의 연설에서 “북한의 대화 공세는 한·미 동맹과 국제사회의 대북공조를 와해시키고 견고해지고 있는 제재의 틀을 이완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부정적 의사를 피력했다.
한 장관은 거듭 ‘선(先) 비핵화 의지표명·후(後) 대화’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대화는 북한이 핵 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한 후,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의 물꼬를 트기 위한 진지한 대화”라며 “북한이 하루 빨리 핵에 대한 집착과 미망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는 대화와 공동번영의 길에 동참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한 장관은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역내 국가들이 다자안보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한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국가 간 다자안보대화 강화 ▲국가 간 군사적 투명성 제고 ▲국제 규범 틀 내에서의 갈등 조정 ▲경제·외교·사회·환경 등도 함께 고려하는 포괄적 안보 구현 등을 제안했다.
한 장관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대립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는 가운데 관련 합의와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라는 표현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외교적 수사임을 고려해 볼 때 사실상 중국 측과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한민구 국방부 장관 “南北 무의미한 대화 매달리지 않을 것”…北 비핵화 의지 표명해야 대화할 수 있어
입력 2016-06-04 1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