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는 철 지난 이념”… 비판 잇따라

입력 2016-06-04 00:15

“신자유주의라는 철 지난 낡은 이념의 신봉자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서울대 이준구 명예교수는 조세재정연구원이 펴내는 월간 재정포럼 최근호에서 시장중심주의, 시장을 미덕으로 여기는 신자유주의 이념을 ‘과학이 아니라 믿음’이라고 비판했다.

이 명예교수는 법인세율 인상만 거론되면 “아예 생각도 말라는 식으로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태도를 신자유주의 맹신의 사례로 거론했다. 그는 “지금까지 공부해온바 법인세율을 내린게 투자를 늘리게 만든다는 하등의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전의 연구에선 자본스톡의 사용자비용탄력성이 1이라는 암묵적 가정(사용자 비용이 줄어드는 것에 비례해 자본이 늘어난다는 가정)하에 조세율의 변화로 자본의 사용자비용을 낮추면 곧바로 투자가 늘어난다고 결론지었지만, 실증분석 결과 현실에서 사용자비용탄력성이 매우 작아 (감세로)자본의 사용자비용이 크게 떨어져도 여러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투자는 별로 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1980년대 미국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대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46%에서 34%로 무려 12%포인트나 낮췄지만 이렇다 할 투자 증가는 일어나지 않았고, 그보다 앞서 1964년 미국 정부가 법인세율을 52%에서 48%로 낮췄을 때는 오히려 투자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법인세율이 오르면 기업이 해외로 떠난다는 주장도 이 명예교수는 “지금까지 그런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 (세율인상) 문제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논쟁은 과학이 아닌 믿음의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제 신자유주의의 기세가 한 풀 꺾였는데 우리 사회에는 그 철 지난 낡은 이념의 신봉자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비판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시장 중심의 신자유주의 원리를 한국에 강요하는데 앞장섰던 국제통화기금(IMF) 내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IMF의 소식지인 ‘금융과 개발(Finance and Development)' 최신호는 ’신자유주의:너무 팔았나?‘란 글을 실었다. 조너선 오스트리 IMF 조사담당 부국장 등이 쓴 이 글은 신자유주의를 개방·규제완화를 통한 경쟁 촉진과 사유화·재정긴축을 통한 국가의 역할 축소라는 두가지 특징으로 규정했다.

이같은 정책이 확산된 1960년대 이후 세계경제는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발전했다. 덕분에 더 많은 인류가 빈곤과 기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외국 자본의 유입이 금융위기로 이어지면서 불평등 또한 커졌다. 이 글은 “외국인의 직접 투자 같은 자본 유입은 기술과 인력의 이전을 촉진시키고 장기적으로 성장을 가져오지만, 포트폴리오 투자나 단기간 투기적인 부채 유입은 성장에도 도움이 안되고 국가경제의 위험을 분산시키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글은 “1980년대 이후 전세계 50개국 이상의 신흥경제시장에서 약 150여차례의 자본 유입 사례를 살펴본 결과 이 중 약 20%는 금융위기와 대규모 경제침체로 귀결됐다”고 분석하면서 “(자본유입의)성장 혜택은 불분명하지만, 경제적 위험성은 뚜렷하다”고 결론지었다.
미국 워싱턴DC의 국제통화기금 본사 건물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