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에도 '뜨거운' 크루즈선, 독일 사상 첫 선박수주 1위

입력 2016-06-04 09:00

독일이 사상 처음으로 월간 기준 선박 수주 1위에 올랐다. 유럽국가가 한국·중국·일본을 제치고 국가별 세계 선박수주 랭킹 1위에 오른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비결은 크루즈선이었다.

3일 세계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박을 수주한 국가는 독일이다.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총 106만CGT(건조난이도를 고려한 가치환산톤수)인데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59만CGT를 독일이 가져갔다. 클락슨리서치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6년 1월 이후 독일이 월간 1위를 차지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중국은 8만3000CGT, 한국과 일본은 각각 6만CGT, 7만7000CGT를 수주한 게 전부다.

척수로 따지면 총 38척이 전 세계에서 발주됐는데 독일이 8척, 한·중·일이 각각 4척씩 물량을 확보했다. 독일의 경우 크루즈선 3척, 로로선 4척, 카페리선 1척의 계약을 따냈는데 아시아에서는 잘 건조되지 않는 선종들이다. 여객선종은 일반 상선 대비 2배 이상의 마진을 남길 수 있는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분류된다. 조선·해운업황이 나쁜 상황에서도 수요가 꾸준하다는 장점도 있다.

아시아 조선사들은 채산성 문제로 가급적 대형 여객선 수주는 하지 않는다. 여객선은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 및 기자재가 중요하다. 문제는 여객선의 주 수요처가 유럽이다 보니 선주들도 인테리어나 기자재를 유럽산으로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일본 미쓰비시도 크루산업에 뛰어들었다가 2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올해 1~5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498만CGT(155척)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1397만CGT(584척)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이다. 이 기간 중국은 200만CGT(63척)를 수주하며 시장 점유율 40.2%로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누계 수주 실적 2~4위는 크루즈선 실적을 가진 이탈리아·독일·프랑스가 가져갔다. 27만CGT(14척)를 수주한 한국은 31만CGT(15척)의 일본에도 밀리며 6위로 떨어졌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