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교체·이메일 삭제…신영자 이사장 뭘 지우려 했나

입력 2016-06-03 16:44 수정 2016-06-03 17:24
신영자(75)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이 네이처리퍼블릭의 10억원대 뒷돈을 챙기는 ‘창구’로 활용한 개인회사에서 조직적인 증거자료 파기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2일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3일 명품 브랜드 유통업체 B사 경영진과 실무자 등을 증거인멸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 B사는 신 이사장의 장남 장모(48)씨가 100% 지분을 갖고 있으며, 신 이사장이 실질적 소유주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브로커 한모(58)씨가 체포된 이후 B사가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증거인멸을 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지난달 3일 네이처리퍼블릭의 군 매장(PX) 입점 로비 혐의로 체포됐으며, 당시부터 롯데면세점 로비 의혹이 함께 제기돼 왔다.
 검찰은 2일 B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회사 메인 서버가 교체되고, 직원들의 컴퓨터가 새로 포맷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전자 문서와 직원 이메일 등이 집중적으로 파기돼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B사의 증거인멸이 B사 경영진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으로 파악했다. 신 이사장이나 그룹 차원에서 인멸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검찰은 다만 정운호(51) 대표와 브로커 한씨의 진술 및 계좌 추적 자료 등을 이미 확보한 상태기 때문에 신 이사장의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신 이사장과 친분이 두텁던 한씨와 2012년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매장 입점 등과 관련한 컨설팅 계약을 맺다. 2014년 7월부터는 한씨와 계약을 끊고 B사와 비슷한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신 이사장에게 10억원대 뒷돈이 건네졌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컨설팅 수수료를 가장한 뒷돈”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상당부분 혐의가 확인됐다는 판단에 따라 2일 신 이사장과 아들 장씨의 사무실과 자택,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신 이사장이 운영하는 포장·인쇄업체 U사도 포함됐다. 정 대표의 면세점 로비와는 직접 연관이 없는 곳으로, 검찰이 신 이사장의 다른 비자금까지 수사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