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군청 '날벼락' 공무원 눈물의 장례식..."가지마"

입력 2016-06-03 14:05
곡성군청 직원의 양모 주무관 애도 편지. 뉴시스

20층 고층 아파트에서 투신한 대학생과 공교롭게 부딪혀 숨진 전남 곡성군 공무원 양모(39) 주무관의 발인식이 3일 오전 광주 각화동 그린장례식장에서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들의 오열 속에 거행됐다.

만삭의 몸으로 갑자기 남편을 떠나보내게 된 양 주무관의 아내(34)와 유족들은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발인식장에서 눈물바다를 이뤘다.

양 주무관의 6살짜리 아들은 ‘아버지의 부재’를 미처 실감 못한 듯 운구행렬을 신나게 따라 다녔다. 듬직하고 성실한 동료를 잃은 유근기 군수와 김신남 부군수 등 곡성군 공무원들도 이날 어깨를 들썩이며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투신 대학생의 아버지와 친형 등 유족들은 앞서 2일 양 주무관 빈소를 찾아 진심어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들 역시 불행하게 가족을 잃었지만 날벼락을 맞아 숨진 양 주무관 가족들을 위로한 것이다. 양 주무관의 빈소에는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와 행정자치부장관, 전남도지사, 국회의원 등이 보낸 조기가 내걸려 양 주무관의 발인을 애도했다. 눈부신 6월의 햇살 속에서 마지막 여정을 마친 양 주무관의 주검은 이날 오후 광주 영락공원에서 한 줌의 재로 돌아갔다. 발인식을 지켜본 양 주무관의 한 동료는 “청천벽력이라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며 “남겨진 부인과 가족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양 주무관은 지난달 31일 오후 9시50분쯤 광주시 북구 오치동 K아파트 101동 출입구에서 이 아파트 20층 복도에서 몸을 던진 대학생 유모(25)씨와 부딪혀 숨졌다.

양 주무관은 버스승강장으로 마중 나온 임신 8개월의 부인과 아들을 데리고 평상시처럼 귀가하다가 불귀의 객이 됐다. 양 주무관은 최근까지 군청이 개최한 장미축제와 영화 홍보 관련 야근을 마치고 아파트 출입구로 들어가던 길이었다. 부인과 아들은 아파트 출입구 근처에서 몇 걸음 떨어져 양 주무관을 뒤따른 덕분에 화를 면했다. 지난 2008년 9급 공채로 공직에 발을 디딘 양씨는 2012년부터 처가가 있는 곡성으로 근무지를 옮겨 그동안 근무해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