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층 고층 아파트에서 투신한 대학생과 공교롭게 부딪혀 숨진 전남 곡성군 공무원 양모(39) 주무관의 발인식이 3일 오전 광주 각화동 그린장례식장에서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들의 오열 속에 거행됐다.
만삭의 몸으로 갑자기 남편을 떠나보내게 된 양 주무관의 아내(34)와 유족들은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발인식장에서 눈물바다를 이뤘다.
양 주무관의 6살짜리 아들은 ‘아버지의 부재’를 미처 실감 못한 듯 운구행렬을 신나게 따라 다녔다. 듬직하고 성실한 동료를 잃은 유근기 군수와 김신남 부군수 등 곡성군 공무원들도 이날 어깨를 들썩이며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투신 대학생의 아버지와 친형 등 유족들은 앞서 2일 양 주무관 빈소를 찾아 진심어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들 역시 불행하게 가족을 잃었지만 날벼락을 맞아 숨진 양 주무관 가족들을 위로한 것이다. 양 주무관의 빈소에는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와 행정자치부장관, 전남도지사, 국회의원 등이 보낸 조기가 내걸려 양 주무관의 발인을 애도했다. 눈부신 6월의 햇살 속에서 마지막 여정을 마친 양 주무관의 주검은 이날 오후 광주 영락공원에서 한 줌의 재로 돌아갔다. 발인식을 지켜본 양 주무관의 한 동료는 “청천벽력이라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며 “남겨진 부인과 가족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양 주무관은 지난달 31일 오후 9시50분쯤 광주시 북구 오치동 K아파트 101동 출입구에서 이 아파트 20층 복도에서 몸을 던진 대학생 유모(25)씨와 부딪혀 숨졌다.
양 주무관은 버스승강장으로 마중 나온 임신 8개월의 부인과 아들을 데리고 평상시처럼 귀가하다가 불귀의 객이 됐다. 양 주무관은 최근까지 군청이 개최한 장미축제와 영화 홍보 관련 야근을 마치고 아파트 출입구로 들어가던 길이었다. 부인과 아들은 아파트 출입구 근처에서 몇 걸음 떨어져 양 주무관을 뒤따른 덕분에 화를 면했다. 지난 2008년 9급 공채로 공직에 발을 디딘 양씨는 2012년부터 처가가 있는 곡성으로 근무지를 옮겨 그동안 근무해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곡성군청 '날벼락' 공무원 눈물의 장례식..."가지마"
입력 2016-06-03 1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