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이 재무제표 사전제출 안해도 되는 나라…한국 회계투명성 꼴지 추락

입력 2016-06-03 11:12 수정 2016-06-03 16:34
한국의 회계 투명성이 꼴지를 기록했다. 상장기업이 외부회계감사를 받으면서 감사인에게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않아도 제재를 받지 않고, 회계감사를 부실하게 해 지적을 받은 회계법인이 또 감사를 맡을 정도로 무신경한 관행을 고려하면 당연하다.

3일 기획재정부와 회계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올해 국제경쟁력 평가 세부항목 중 ‘회계 및 감사의 적절성’ 조사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61개국 중 6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60위에서 또 한단계 내려서 꼴찌를 기록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중국, 몽골 등이 우리보다 앞서 있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손실이 대규모로 드러나고, 일부 회계사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했다 적발되는 등 일련의 사태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IMD조사는 국내 기업인과 주한 외국 기업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점수로 환산해 국가별로 비교하기 때문에,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는게 정부의 반응이다. 지난해 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이 IMD조사에서 아프리카의 우간다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을 때에 정부는 이런 점을 들어 비난을 피하려 했다.

청년공인회계사회는 “상장기업 100여 곳이 재무제표를 작성할 능력도 의지도 없고, 이를 적발한 감독당국도 제재하지 않았다”며 “재무제표는 회사가 작성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이를 관행적으로 회계사들에게 떠넘기고 있고, 이는 공정한 감사를 어렵게 해서 분식회계와 같은 큰 문제를 야기한다고 계속 지적해왔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년회계사회의 주장으로 재무제표 미제출 기업에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이 만들어졌지만, 금감원은 지난해에는 첫해라서 제재하지 않았고, 올해는 ‘규정대로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아직 칼을 휘두르지 않았다. 재무제표 사전제출 기한은 올해 1,2월이었다.

청년회계사회는 “서민들은 모르고 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는데, 기업인은 항상 용서의 대상”이라며 “회계투명성을 가볍게 여기다 못해 무시하는 기업의 오너, 임원들에 대해 매번 봐주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회계투명성이 부족한 기업을 믿고 투자하도록 감독당국이 방관해서는 안된다”며 회계관리가 부실한 기업은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