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자 해고기준을 만들자고 금융사들이 노동조합에 요구했다. 금융산업노조는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 해고와 무관하다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말과 다르다”며 비난했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는 전날 오후 산별교섭을 벌였다. 이날 교섭에서 사측인 금사협은 △호봉제 폐지 및 성과연봉제 도입 △저성과자 해고 기준 마련 △신입직원 초임 삭감 △임금동결 등을 요구했다.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측의 요구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사측이 이런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 것은 교섭을 파행시키고자 하는 사측의 불순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런 게 아니라면 사측이 안건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하고 “안건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향후 교섭 파행의 모든 책임은 사측에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서성학 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도 “IMF 때도 이렇지 않았다. 사측의 모든 안건이 금융노동자를 죽이겠다는 안건이다. 사측이 총파업을 부추기고 있는 거 아니냐”며 강력 항의했다.
임종룡 장관은 같은 날 열린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성과연봉제는 저성과자 해고와는 직접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다. 임 장관은 기관장들에게 “성과연봉제에 대한 사실과 다른 오해나 우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설명해 직원들의 이해를 높여주시기 바란다”며 “성과연봉제의 도입 목적은 조직의 생산성과 전문성을 높이려는 것으로서 저성과자 해고(쉬운 해고)와는 직접 관련성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성과연봉제는 상대평가, 저성과자 해고는 절대평가로 운영하는 것으로, 성과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아도 업무능력이 일정수준만 넘으면 저성과자 해고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금융노조 김 위원장은 “지금도 직원들을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수백명씩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막대한 구조조정 비용을 아끼며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금융기관에서는 지금보다 더욱 극심한 줄서기, 눈치보기, 단기실적주의 등이 만연하게 되어 결국 조직이 망가지고 금융산업이 붕괴될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 교섭에는 양측 교섭대표인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과 하영구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을 비롯해 외환은행, SC제일은행, 경남은행 노사 대표 등 노사 각 4인의 교섭위원이 참석했다. 차기 교섭은 10일 오후 4시 같은 장소에게 열릴 예정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