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두 조영남 "이런 일을 일으켜 죄송스럽기 짝이 없다"

입력 2016-06-03 08:53
가수 겸 화가 조영남씨가 3일 오전 강원 춘천지검 속초지청에 도착, 조사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어쩌다가 이런 일을 일으켜서 정말 죄송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검찰 조사를 성실하게 잘 받겠습니다.”

3일 오전 8시 춘천지검 속초지청에서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가수 겸 화가 조영남(71)씨가 한 말이다.

조씨는 “제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인데 정통 미술하는 사람도 아니고 어쩌다가 이런 물의를 이렇게 일으켜서 정말 죄송스럽기 짝이 없다”며 “검찰 조사를 성실하게 잘 받고 그 때 와서 다시 얘기 하겠다”고 말했다.

‘사기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묵묵히 청사 내로 들어갔다.

이날 속초지청에는 조영남씨의 팬클럽인 ‘아티스트 조영남’의 회원 3~4명이 찾아와 ‘화이팅’을 외치며 조씨를 응원했다.

팬클럽 회장 김일수(58)씨는 “조영남씨가 직접 그린 작품들도 많은데 완전히 대작 작가 다 그린 것처럼 매도돼 정말 안타깝다”며 “마녀사냥을 당장 멈춰야 한다. 조씨가 검찰 수사를 받아 진실이 규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씨는 속초지청에 모습을 나타내기에 앞서 강원도 홍천의 한 휴게소에서 간단한 식사를 했다. 검은색 모자와 티셔츠, 검은 바지, 검은 신발을 신은 조씨는 소속사 대표 겸 매니저 장모(45)씨, 그의 변호인, 지인 등 3명이 함께 국수와 우동 등으로 허기를 달랬다.

조씨는 수척해진 얼굴에 무척이나 피곤한 표정이었다. 평소에 즐겨 쓰던 뿔테 안경과 썬그라스를 착용하지 않아 더 초췌해 보였다. 식사를 하는 내내 조씨의 표정은 어두웠고 주문한 국수는 절반도 채 먹지 못하고 그대로 남겼다.

기자가 조씨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건네자 조씨는 “여기 앉으세요. 식사를 주문하세요”라고 밝게 웃으며 친절히 맞아줬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 대한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표정이 어두워지며 “내가 얘기할 수 있는 게 없네. 워낙 예민해서”라고 말하며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매니저 장씨는 “속초지청 앞에서 수사를 받기 전 얘기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조씨와의 대화를 막아섰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이날 조씨를 사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조씨는 대작 화가인 송모(60)씨에게 작품당 10만원씩을 주고 그림을 그리게 한 뒤 자신의 이름으로 그림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대작 그림은 30점이 넘고 피해액도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속초=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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