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얘기할 수 있는 게 없네. 워낙 예민해서.”
3일 오전 강원도 홍천의 한 휴게소에서 만난 가수 겸 화가 조영남(71)씨는 검찰 조사에서 앞서 자신이 처한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날 오전 6시15분쯤 강원도 홍천의 한 국도변 휴게소에 검은색 외제차가 멈춰 섰다. 차량 안에서는 검은색 모자와 티셔츠, 검은 바지, 검은 신발을 신은 조씨가 내렸다. 수척해진 얼굴에 피곤한 얼굴이었다. 평소에 즐겨 쓰던 뿔테 안경과 썬그라스를 착용하지 않아 더 초췌한 모습이었다.
이날 휴게소에는 소속사 대표 겸 매니저 장모(45)씨, 그의 변호인, 지인 등 3명이 함께 했다.
조씨 등은 이날 오전 8씨 춘천지검 속초지청에 사기 혐의로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속초를 향하던 중이었다.
휴게소 식당 한쪽에 자리 잡은 이들은 우동과 국수 등 간단한 음식을 시켰다. 식사를 하는 내내 조씨의 표정은 어두웠고 주문한 국수는 절반도 채 먹지 못하고 그대로 남겼다.
기자가 조씨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건네자 조씨는 “여기 앉으세요. 식사를 주문하세요”라고 밝게 웃으며 친절히 맞아줬다. 그러나 오늘 수사를 앞둔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표정이 어두워지며 “내가 얘기할 수 있는 게 없네. 워낙 예민해서”라고 말하며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매니저 장씨는 “속초지청 앞에서 수사를 받기 전 얘기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조씨와의 대화를 막아섰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이날 오전 8시 조씨를 사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조씨는 대작 화가인 송모(60)씨에게 작품당 10만원씩을 주고 그림을 그리게 한 뒤 자신의 이름으로 그림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대작 그림은 30점이 넘고 피해액도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검찰 출두 조영남 "워낙 예민해서 뭐라 말할게 없다"
입력 2016-06-03 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