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잘못이 아니야" '스크린도어 사고' 추모행진

입력 2016-06-03 00:12
60여명의 시민들이 '스크린도어 사고'의 희생자 김모(19)씨를 추모하기 위해 행진하고 있다. 허경구 기자

2일 오후 8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강남방면 9-4 승강장에 60여명(경찰 추산 50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양손으로 국화꽃을 모아 잡은 이도 있었고, A4용지나 피켓에 문구를 써 들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종이에는 ‘사람이 우선입니다’ ‘잘못된 ’구조‘로 사람이 죽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려다 전동차에 치어 숨진 김모(19)씨를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 페이지 ‘구의역 스크린도어 9-4 승강장’과 서울청년네트워크·흙수저당 등 청년단체를 중심으로 모였다. 페이지 운영자 김재근(31)씨는 “분향소가 차려졌는지 모르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아서 추모 행진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모인 이들은 고인이 숨진 자리에서 묵념과 헌화를 한 뒤 행진을 시작했다. 승강장을 지나 지하철역 출구로 나선 이들은 초를 들었다. 이들은 김씨의 빈소가 마련된 건국대학교 병원까지 걷기 시작했다. 약 1.5㎞의 거리다.

이들의 행진은 40여분 간 엄숙하게 이어졌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앞만 보고 걸어가는 이들도 있었고, 옆 사람에게 안전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울분을 토로하는 이도 있었다. 이날 행진을 함께 한 강현용(64)씨는 “밥이 안 넘어가서” 나왔다고 했다. 그는 “어른들이 잘못 만든 사회구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이 어른으로서 미안했다”고 말했다.

건국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한 이들을 맞이한 것은 김씨의 어머니였다. 김씨의 어머니는 “직장 갔다가 오신 분도 계시냐. 우리 아이도 직장 갔다가 엄마한테 돌아왔어야 하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요. 저희 아이 하늘나라로 잘 갈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며 추모객들에게 쓰러지듯 절을 한 뒤 한동안 얼굴을 들지 못했다. 걸어온 이들도 눈물을 흘리며 맞절을 했다. 한 남성이 “어머니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외쳤고 다른 이들도 따라 외쳤다. 이를 지켜보던 김씨의 아버지도 눈물을 흘렸다.

청년단체들은 서울메트로의 재발방지 대책이 구체화될 때까지 야간 추모행진을 매일 밤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