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순씨 시민만 보고가겠다 "구의역 사고 재발방지위해 안전업무 정규직 검토"

입력 2016-06-02 23:04
최근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안전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자회사가 아닌 서울메트로의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뜻을 밝혔다.

박 시장은 2일 오후 시장 집무실에서 진행한 1인 방송 ‘원순씨 엑스(X)파일'에서 안전업무 담당 인력의 증원에 초점을 둔 자회사 설립 논란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박 시장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다루는 일에 ‘그냥', ’대충'이라는 말은 없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주에 맡길 수 없다”며 “자회사 설립은 최소한의 안전 장치일뿐이고 안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박 시장은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자회사 말고 서울메트로 정규직 채용도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서울메트로는 전날 인력부족, 과도한 업무량 등 인력운용과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8월1일부로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자회사 설립을 통해 근무체계를 2인1조로 확행하고 자회사 출범 전 인력 증원 및 조직 개편, 거점사업소 추가, 기술인력(40명)과 정비인력(98명) 통합운영 등을 마무리짓겠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메트로 경영진은 기술인력의 증원 규모에 대해 서울시, 행자부 등과의 협의를 이유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스크린도어 정비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은성PSD(용역업체) 직원들이 서울메트로 측에 정규직 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사측은 경영난 등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박 시장도 정규직 고용에 따른 현실적인 재정 부담을 인정했다.

그는 “다산120이나 수도검침원 등 서울에는 정말 많은 간접 위탁이나 고용이 있는데 이분들을 서울시 공무원으로 (고용)하기에는 전체 공무원의 숫자에 제한이 있다”며 “총액인건비제라고 행자부가 정해놓은 숫자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다산120 콜센터 직원들은 제가 정규직 약속을 했다”며 “다만 서울시 직속으로는 할 수 없어서 서울시설관리공단에서 채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하도급 제도의 문제점도 혁명처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하도급 제도 개선은 혁명처럼 해야 한다. 지금처럼 하면 사고가 안 나도 공사의 품질이 엉터리일 것”이라며 “내구성이 제대로 되겠나. 백년, 천년을 가야 되는데 몇 십년도 안 되서 허물어지면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는 간접고용도 많이 하고 있다. 외주만이 아니라 수천개 기관에 민간 위탁을 두고 민간위탁 수수료만 해도 한해 1조 넘게 나가고 있다”며 “이렇게 간접적으로 또는 다른 민간기관에 위탁하는 것이 엄청 많은데 중간에서 수수료를 떼면 결국 이런 사고(구의역 사망 사건)들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구의역 스크린도어(승강장 안전문) 정비 작업 중 숨진 김모(19)씨의 평소 꿈이 기관사였다는 의견을 듣고 “(고인의)가족들이 동의한다면 명예기관사 자격증을 부여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박 시장은 사고에 따른 책임자 처벌과 관련해선 “진상규명을 완벽히한 다음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처벌하겠다”며 “서울시로써는 모든 관행과 모든 제도와 모든 저희들의 마음을 바꾸고 변화하는 중대한 기점으로 생각하겠다. 고인의 죽임이 헛되지 않도록 서울시가 총체적으로 변화와 개혁과 혁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앞으로 안전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도 경청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대책을 책상에서 빨리 뚝딱 만들어서 그럴싸하게 만드는게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안 하겠다. 책상이 아닌 발로 만든 지속적인 안전시스템을 만들겠다"며 "이번에는 보고만 받지 않고 현장으로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지하철에서 많은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제가 직접 한꺼번에 다 모셔서 현장에서 벌어지는 말씀을 듣겠다"며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임원들만 믿을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현장 행정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1일 밤 늦게 고인의 빈소를 방문한 뒤 한 번 더 빈소를 방문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박 시장은 "영정 사진조차 없어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영정사진으로 쓴 빈소 앞에서 청년의 꿈을 지켜주지 못햇다는 자책감으로 정말 부끄러웠다"며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고 방송 중 여러 차례 사과했다.



또 "구의역 플랫폼에 적어주신 시민들의 무거운 말씀을 잊지 않겠다"며 "추모가 끝난 다음에 서울시장실로 옮겨서 오래오래 새기겠다. 잊지 않고 기억하고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