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면적 대북 금융제재 돌입… 북한과 거래하는 은행은 ‘달러 경제권’서 배제

입력 2016-06-02 16:45

미국 재무부가 1일(현지시간) 북한을 ‘자금세탁 주요 우려대상’으로 정하면서 북한의 경제적 고립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이란 한 국가의 독자 제재 조치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달러 경제권’에서 북한을 배제하는 효과가 있어 북한을 모든 금융 거래로부터 끊어내는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모든 금융기관은 북한과 환계좌(개인과 은행간 계좌)와 대리계좌(은행과 은행간 계좌) 개설이 금지·제한토록 했다. 이에 따라 우선 북한은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이 원천 차단된다. 여기에 더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이 북한 금융기관과 거래를 중단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거래를 제한받을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일 “(이번 조치는) 북한과의 금융 거래를 하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북한 관련 단체들이 ‘낙인 효과’를 받음에 따라 북한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과 불확실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제3국 기관들 또한 북한과의 거래에 신중해져 북한의 금융거래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특정 개인이나 계좌가 아니라 ‘북한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실상 북한의 모든 은행이 ‘자금세탁 주요 우려 대상’으로 지정된 것과 다름없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단 한 곳만 제재해 북한 정권의 자금 흐름을 완전히 차단한 2005년 당시 사례보다도 더욱 강력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번 조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2270호에 나타난 대북 금융 제재를 보완하는 성격이 강하다. 2270호는 제3국에 있는 북한 은행 지점과 사무소 등을 즉각 폐쇄하는 한편, 북한 내에 있는 제3국 은행의 지점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재무부 조치가 시행되면 북한의 공식 기관은 물론 위장회사를 통한 거래까지도 차단되는 효과가 생긴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과 대리계좌를 가진 은행이 북한의 위장회사 등 기관과 거래를 지속할 경우 대미(對美) 거래가 제한 받을 수 있다”면서 “자발적으로 북한과 금융거래를 단절하도록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북한 정권의 ‘돈줄’인 해외 노동자 송출에도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노동자가 벌어들인 돈을 북한에 송금할 수 없어 북측 인사들이 가방에 달러를 담아 다녀야 하는 곤혹스런 상황이 더 빈번해질 전망이다. 이 경우 공항 검색 과정에서 달러를 압수당할 위험도 높아진다.

우리 정부는 미 재무부 조치에 즉각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외교부는 조준혁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이번 조치는 북한의 비핵화와 실질적 변화를 위해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충실한 이행과 더불어 강력한 독자적 대북제재를 계속 부과하겠다는 미국의 단호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북한의 핵개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또다른 구체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