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수용 북한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면담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북한 핵’에 대한 양측의 여전한 이견과 ‘그럼에도 혈맹’이라는 화해의 기류다. 30분이 안되는 짧은 만남에서 북·중은 서로를 탐색했고 각자 필요한 부분만 취했다.
비핵화에 대한 견해차만큼 양국의 보도는 엇갈렸다. 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 부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새로운 병진노선은 추호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 중국의 기존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밝힌 대목은 전하지 않았다.
이 부위원장의 발언은 시 주석의 ‘체면’을 고려해 ‘핵’이라는 말은 뺐지만 사실상 ‘핵·경제 병진노선’을 되풀이한 셈이다. 동시에 시 주석의 공개 발언에 비핵화도 없었다.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최룡해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만났을 때는 3번에 걸쳐 비핵화를 강조했었다.
대신 시 주석은 “두 나라 노(老) 세대 영도자들께서 친히 마련하고 품 들여 키워주신 북·중 친선관계를 대를 이어 발전시키자”고 했다. 서로 한 수씩 주고받았지만 시 주석은 결과적으로 짐짓 모른 척 북한의 관계 회복 의지에 힘을 실어줬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도 사설에서 “북·중 양국이 정상적인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과 동북아 평화수호에 긍정적인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중국은 북한이 대외적 신호를 발신하고 소통하는 데 중요한 채널”이라면서 “이런 점을 인정하는 한·미·일의 의식 있는 인사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비핵화 이슈에 대한 진전 없이 ‘제재’ 일변도로 고착화된 현 상황에서 중국이 ‘대화 병행’ 쪽으로 무게추를 옮겨 주도권을 쥐고 가려한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시 주석의 발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유관 국가들이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해야”한다는 메시지 역시 한반도 주변국 모두를 향하고 있다. 북한에게는 ‘허튼 짓 하지 말라’는 경고를, 같은 날 6자회담대표 회동을 가진 한·미·일 3국에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훈수로도 비춰진다.
우리 정부는 시 주석의 북핵 불용 입장과 한·중 간 긴밀한 공조는 확고함을 강조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는 1일 안보리 언론성명 채택과정과 그 내용을 통해 잘 알 수 있다며 “이번 성명이 이 부위원장 방중 기간에 채택되었다는 것은 중국 측이 북한의 도발과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서는 원칙에 입각한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정건희 기자,베이징=맹경환 특파원 moderato@kmib.co.kr
비핵화 이견에도 북·중 관계는 호전, 중국 주변국에 대화 강조
입력 2016-06-02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