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아내에 대한 체벌을 허용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는 뉴스 들어보셨을 겁니다. 법령이 이슬람 교리에 부합하는지 검토·조언하는 역할을 하는 헌법기구인 ‘이슬람 이념 자문위원회’가 남성에게 아내를 ‘가볍게(lightly)’ 체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최근 제출한 것이죠. 물론 이 법안은 권고 성격으로 의회를 통과해야 확정되지만 내용이 일반의 인식과는 사뭇 달라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줬습니다.
법안에 따르면 아내가 남편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남편이 원하는 복장을 갖추지 않으면 남편이 아내를 때릴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성관계 후 또는 월경 기간에 목욕하지 않는 아내도 체벌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히잡 미착용, 큰 목소리로 말하기, 남편 허락 없이 타인에게 현금 제공, 낯선 사람과 대화 등도 체벌 대상입니다.
이 어이없는 법안에 대한 항의 표시로 파키스탄의 한 사진작가(Fahhad Rajper)는 일련의 연작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퍼뜨리면서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사진 시리즈와 캠페인의 제목은 ‘나를 살살 때려 주세요(#TryBeatingMeLightly)’입니다. 반어적으로 이 법안에 대해 조소를 보내고 있는 셈이죠.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