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스페인에 1대 6 참패

입력 2016-06-02 01:29
사진=AP뉴시스

‘무적함대’에 정신없이 휘둘린 90분이었다. ‘슈틸리호’는 개인기와 조직력, 경기 운영 등에서 스페인을 따라잡지 못했다. 1대 6 참패였다. 경기 내내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한국은 2일 새벽(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아레나에서 끝난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대패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최전방에 황의조(성남 FC)를 배치했고, 좌우 측면엔 손흥민(토트넘)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투입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남태희(레퀴야)를 기용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한국영(알 가라파)이 호흡을 맞췄다. 포백라인은 윤석영(찰튼)과 김기희(상하이 선화),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장현수(광저우 R&F)로 구성됐다. 골문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지켰다.

스페인은 최전방에 알바로 모라타(유벤투스), 좌우 측면에 놀리토(셀타 비고)와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를 내보냈다. 중원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와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 브루노(비야레알)가 포진했다. 수비라인은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첼시), 헤라르드 피케, 마르크 바르트라(이상 바르셀로나), 헥토르 베예린(아스날)이 지켰다. 골키퍼 장갑은 이케르 카시야스(포르투)가 꼈다.

유로 2016 개막을 앞둔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사실상 1군 전력을 내보냈다. 스페인은 경기 초반부터 특유의 ‘티키타카(짧은 패스 위주의 점유율 축구)’와 강한 압박으로 한국을 밀어붙였다. 일방적으로 한국은 밀어붙이던 스페인은 전반 30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다비드 실바는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왼발 프리킥을 날려 그물을 흔들었다. 2분 뒤엔 장현수의 백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은 놀리토가 파브레가스에게 패스를 찔러 줬고, 파브레가스는 텅 빈 골대로 추가골을 넣었다. 이어 전반 38분에는 놀리토가 역습 상황에서 세 번째 골을 뽑아냈다.

0-3으로 한국이 뒤진 채 시작된 후반. 한국은 4분 만에 모라타에 헤딩골을 허용했다. 이어 8분엔 놀리토에게 골을 허용해 스코어는 0-5로 벌어졌다.

후반 중반 이후 활발하게 공세에 나서던 한국은 38분에 만회골을 뽑아냈다. 이재성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문전에서 약간 오른쪽에 있던 주세종에게 패스를 찔러 줬고, 주세종은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볼은 스페인 선수에 맞은 뒤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국은 후반 44분 모라타에게 6번째 골을 허용했다. 모라타는 스루패스를 받아 한국 골문 앞으로 파고들었고, 한국 수비수의 소극적인 대처와 골키퍼의 볼 키핑 실수로 빚어진 실점이었다.

스페인은 경기 내내 상대 한국 수비 조직을 푹푹 쑤셔댔다. 그리고 한국 수비 조직에 생기는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골을 성공시켰다. 반면 한국 수비수들이 대인 마크를 적적히 하지 못했다. 수비수들의 발이 느려 스페인 공격수들에게 뒷공간을 내주는 장면도 자주 나왔다. 한국은 이날 패스, 체력, 경기운영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밀렸다. 한국 축구 특유의 악착같은 맛도 없었다. 개인 기량의 차이가 너무 컸다. 패하더라도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경기가 있고 찜찜한 경기가 있는데, 이날 경기는 찜찜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