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바로 오늘 캄보디아 오지마을 마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운동회라는 것이 열렸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의 한 농업전문기업과 한국의 후원자들이 힘을 모아 이곳 캄보디아 캄봇주에 위치한 쩨이스나 초등학교에서 국제아동절인 1일에 어린이 잔치를 열어 준 것이다.
처음 해 본 운동회여서 학교 선생님들과 행사를 준비한 한국기업 에이퍼플도 모두 우왕좌왕 정신없이 보낸 하루였지만 아이들에게는 너무나도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운동회가 끝날 쯤 아이들과 선생님은 내년에도 꼭 운동회를 열어 줄 것을 소망했고 한국기업은 흔쾌히 답을 했다.
오늘은 아이들이 1년 동안 그렇게 기다려온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다.
에이퍼플과 학교 측은 운동회가 열리기 전 1달 전부터 지난해에 부족했던 부분을 미리 상의하면서 좀 더 충실하고 알찬 운동회를 진행하기위해 머리를 맞댔다.
작년에 없던 놀이 종목도 추가하고 농사일을 잠시 접고 함께 한 학부모와 마을 주민들을 위해 장기자랑 시간도 늘렸다. 선물도 넉넉히 준비하고 점심 식사도 준비해 함께 나누기로 했다.
울퉁불퉁하고 비가 오면 물바다가 되어버리는 학교운동장도 한국의 후원자 덕분에 땅을 높이고 말끔하게 평탄작업도 끝냈다.
오전 8시, 캄보디아 날씨답지 않게 열흘 가까이 쏟아졌던 장맛비도 개이고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파란하늘 아래 장학금 전달식에 이어서 판 소반나라 학교장의 개회 선언과 함께 신나는 운동회가 시작되었다.
1년 사이에 훌쩍 자란 어린이들과 학교를 졸업해 상급학교에 진학한 형과 언니들, 학부모와 마을주민까지 모두 참여해 운동회는 마을 잔치로 변했다. 아이들의 힘찬 뜀박질과 목청껏 외치는 응원소리, 학년별 다양한 게임, 쌀부대에 몸을 넣고 뒤뚱뒤뚱 달려서 밀가루 속에 숨겨진 사탕을 어렵게 입에 물었지만 온통 밀가루에 범벅이 되어버린 엄마 아빠, 한국의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을 보면서 아이들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상품으로 받은 크레용과 노트, 장난감, 한국의 스키장을 배경으로 즉석에서 촬영해 받은 사진, 맛있게 익어가는 음식, 두근두근 보물찾기, 청백으로 나누어 진행한 줄다리기와 아이들의 재잘거림까지 행복한 마을잔치가 오후까지 이어졌다.
캄보디아 시골학교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이색 풍경에 프놈펜의 민영방송인 헝미TV에서 취재 나온 카메라 맨은 좋은 그림 담기에 여념이 없다.
캄폿주 쩨이스나 마을은 캄보디아에서도 오지마을로 대부분의 주민은 벼농사나 인근의 농장에서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전교생이 248명인 이 마을의 쩨이스나 초등학교 역시 무상교육이라곤 하지만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순박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 뒤에는 노트와 필기도구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선풍기도 없이 찜통더위를 참아가며 공부하는 어려움이 있다.
행사를 주관한 에이퍼플 정승배 현지 법인장은 “그동안 이 학교 학생들을 위해 컴퓨터교실을 열어주고 한글 교육 및 일부 교사 월급과 교재, 학교설비, 장학금 등을 지원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이곳 학생들과 마을을 위해 꾸준히 지원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캄봇주 교육청 잔 본럭 책임자는 “작년에 이어 잊지 않고 찾아와 운동회를 열어주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형편이 어려운 쩨이스나 어린이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주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거듭 전했다.
가난하지만 행복을 아는 나라 캄보디아! 이날 운동회는 나눔의 소중함을 아는 한국기업과 바쁜 업무를 잠시 미뤄두고 참여한 봉사자들, 현지 어린이들과 학부모, 주민들 모두가 오래도록 잊지 못 할 한마당 축제였다.
이번 운동회에는 쩨이스나 초등학교에 매월 일정 금액을 기부해온 한국 기업 인카금융서비스를 비롯해 세계적 해난구조회사 한국지사인 아던트(Ardent) 코리아, 농협하나로유통, 애경산업, 현대아이파크몰, 대한항공, 보금이앤시, 평화환경, 바이오스펙테이터, 에이투유정보통신, 제주 그린대학, 제이포토, 비누정원, 국민일보가 후원했다.
캄봇주(캄보디아)=글 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