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한 사원 내 냉동고에서 새끼 호랑이 사체 40구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원은 2001년과 2004년 국내 방송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유명 관광지다. ‘호랑이 사원(Tiger Temple)’으로 불리던 이곳에서 승려들이 동물을 학대하고 불법적으로 사육했다는 증거가 나온 것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태국 국립공원 및 야생동식물 보호부는 서부 칸차나부리주의 왓 파 루앙 타 부아 사원에서 사육하던 호랑이를 다른 곳으로 옮기다가 냉동고에서 새끼 호랑이 사체를 발견했다.
새끼 호랑이 사체가 발견된 냉동고 안에는 다른 야생동물의 사체 일부도 있었다고 동물보호단체 와일드라이프프렌즈재단의 톰 테일러는 밝혔다. NYT는 “새끼 호랑이 사체가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약으로 사용된다”며 “밀매를 위해 죽여 보관하고 있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승려들은 사체를 냉동 보관하는 것은 새끼 호랑이가 죽었을 때 거치는 자연스러운 절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원은 호랑이로 유명해지면서 인기 관광지가 됐다. 관광객은 돈을 내고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러나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 사원이 관람료나 입장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다. 이 사원은 동물원을 만드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태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 사원은 인근 라오스 등에서 야생 호랑이를 밀수입했다고 동물보호단체로부터 고발됐다. 태국 법원도 이 사원의 호랑이들을 다른 시설로 이송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 및 야생동식물 보호부 직원들이 지난달 30일부터 사원에서 호랑이를 잡다가 새끼 호랑이 사체를 발견한 것이다. 이 사원에서 살아있는 호랑이 40마리를 포함해 총 137마리의 야생동물이 압수됐다.
동물보호단체 ‘캐어 포 더 와일드’에 따르면 이 사원은 호랑이들에게 생고기가 아닌 우유를 먹여 야생성을 통제한 뒤 호랑이들이 ‘부처의 가르침에 따라’ 온순해진 것처럼 홍보하기도 했다. 호랑이를 순하게 만들기 위해 약물을 투여했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