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수차례 전시회를 연 바 있는 세계적 보도사진기자 스티븐 맥커리(66)가 최근 이 ‘뽀샵질’ 논란에 휩싸였다. 독일 일간 도이체빌레는 맥커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작품에 포토샵을 사용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현재 내셔널지오그래픽에 기고하는 맥커리는 로버트카파 상과 올리비에레봇 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국제 자유보도사진작가단체 ‘매그넘’에 소속된 유명작가다. 맥커리의 1984년 작품 ‘아프간 소녀(Afghan Girl)’는 세계 보도사진사에 길이남을 명작으로 꼽힌다.
스토리텔러인가 사기꾼인가
맥커리는 이날 미국 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포토샵 등을 사용해 사진을 편집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스스로를 보도사진작가(Photojournalist)가 아닌 ‘시각 스토리텔러(Visual Storyteller)’라고 부르며 “내 사진에 한 행위는 미적이고 작가적 관점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에 변형을 줘선 안 된다는 기존의 저널리즘적 관점을 적용하기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 한 행위로 봐달라는 해명이다.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지난달 초 이탈리아 사진작가 파올로 비그리오네가 쿠바 여행에서 찍은 맥커리의 사진에서 포토샵 편집 흔적을 찾아내면서였다. 사진에는 행인의 다리에 겹친 표지판을 포토샵을 통해 옆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남은 흔적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이후 미국의 유명 사진전문 블로그 ‘페타픽셀(PetaPixel)’에서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하자 SNS를 중심으로 파문이 급속히 번졌다.
지난달 26일 보도사진전문 에이전시 ‘에코’의 창립자 지안마르코 마라비글리아는 맥커리의 작품 중 포토샵으로 편집된 이미지와 원본을 페이스북에 함께 게시하며 맥커리를 비난했다. 마라비글리아는 도이체빌레와의 인터뷰에서 “맥커리가 포토샵을 통해 한 행위는 직업상 도를 넘은 것”이라며 “보도사진에서는 단 1픽셀이라도 손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 엘리엇 미국 언론사진가협회(NPPA) 윤리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맥커리는 동료들을 비롯해 그를 사진기자로 보는 대중의 윤리적 기준에 따른 의무를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의 이미지에 담긴 저널리즘적 진실을 어떤 식으로든 변형하는 행위, 또 사실을 조작하는 그 어떤 행위라도 윤리적 붕괴에 해당한다”며 “설사 그런 행위를 통해 ‘더 깊은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 느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라고 평했다.
사진은 사실만을 그대로 전해야 하나
도이체빌레는 실제 업계에서 본래의 로우 파일(RAW file·원본 파일) 밝기 등을 조정하는 정도는 용인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사진 에이전시들은 물체를 지우거나 집어넣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언론사들은 각각 내부 기준이 다르며 잡지의 경우 로우 파일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AP통신 사진기자 윤리강령에는 “AP의 사진은 언제나 진실을 말해야 한다. 사진 내용을 손대거나 디지털적으로 변형하지 않는다”라고 적혀있다. 또 “어떤 사진에라도 무엇이 디지털적으로 덧붙여지거나 빠져서는 안 된다. 각 개인의 얼굴이나 정체성은 포토샵을 비롯해 그 어떤 편집도구로도 흐릿하게 처리돼선 안 된다”고도 적혀있다.
반면 로이터통신은 좀 더 관대한 기준을 가졌다. 로이터는 지난해 소속 사진작가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로우 파일 대신 JPEG 파일을 사용하라는 통고를 내렸다. JPEG 파일의 경우 로우 파일보다 사진에 담긴 시각 정보가 적어 편집 및 보정이 용이하다. 로이터 대변인은 유명 사진전문 블로그 페타픽셀과의 인터뷰에서 “로이터는 미적으로 가장 질 좋은 사진을 추구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예술적으로 뉴스를 편집하는 게 목적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조효석 기자 @prome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