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숙자 실비아 웰커(70)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뒷골목 스키드 로(Skid Row‧지역명이면서 동시에 ‘사회 밑바닥’이라는 속어)에서 지낸다. 스키드 로는 미국 최대 노숙자촌으로 1만명 안팎의 노숙자들이 살고 있다. 웰커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일시적으로 요양원에 머물 기회가 있지만 몇 개월 정도에 불과해 다시 거리로 나와야 한다. 켄 실바스(65) 역시 휠체어에 의지해 스키드 로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요즘 스키드 로에는 지팡이에 의지하거나 아예 걷기도 힘들어 휠체어에 탄 노인의 비중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1일자 1면에 게재한 ‘늙어서도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기사에서 미국 사회의 심각한 ‘노인 노숙자’ 문제를 꼬집었다.
NYT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14년 기준으로 50세 이상의 노숙자가 30만6000명이며 전체 노숙자(98만명)의 31%다. 50세 이상 노숙자는 2007년에 비해 20% 늘었다. 이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부터 1965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다. NYT는 이들이 1970년대 진행된 경기침체가 낳은 시대의 유산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연방정부가 주택공급을 축소하면서 집이 부족했고, 느슨한 단속으로 마약중독자가 늘면서 거리로 나온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 때부터 노숙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한 세대(30년)’를 노숙자로 산 사람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은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뇌졸중을 비롯한 심각한 병에 걸린 노숙자는 정부가 일시적으로 요양원이나 노인주택에 수용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아 겨우 몇 개월씩만 체류할 뿐이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는 경기침체 여파로 새로운 노숙자가 계속 생기면서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노숙자 예산이 점점 줄고 있다. 게다가 LA, 시애틀, 호놀룰루에서는 노숙자가 급증하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노숙 구역을 제한하거나 아예 노숙촌을 강제로 없애는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해 노인 노숙자의 삶은 비극 그 자체로 계속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웰커는 NYT와 인터뷰에서 “스키스 로에서의 삶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슬픔”이라며 “나는 거의 다 살았지만 젊은 사람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