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전방위 외교 공세 돌입한 북한, 제재 탈피 시도

입력 2016-06-01 15:36

이수용 북한 중앙위 부위원장이 이끄는 대규모 대표단의 중국 방문은 북한이 전방위적 외교 공세에 돌입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북한 정권의 외교 지상과제인 북·미 평화협정 논의를 위해서는 당면한 대북 제재 국면부터 돌파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다소 헐거웠던 ‘혈맹’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을 그 첫 단추로 선택했다.

1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 부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협력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확고한 의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북한 핵 문제가 이번 방중기간 양측이 논의할 핵심 의제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북·중 양측이 최악의 경색 국면에 빠진 이유도 북한의 핵 실험 강행에 있었던 만큼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메시지가 관계개선과 방중 성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한·미·일 등 다른 한반도 주변국들과 달리 ‘대화를 병행한 제재’를 주장해왔다. 때문에 북한은 ‘핵실험 동결 또는 유예’ 등의 카드를 내세워 한반도의 대화 국면 조성, 특히 북·미 간 평화협정 논의를 가속화하는 데 중국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설사 비핵화 자체는 고수한다고 하더라도 ‘핵 문제에 대해 논의가 가능하다’는 식의 애매한 표현을 동원해 국제사회에 전략적 메시지를 보낼 공산이 크다.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 문제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해 양국 관계 개선은 필요한 작업이다. 북핵 문제만 어느 정도 진전이 담보될 경우 자신들이 강조해 온 ‘대화 병행’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의 입장표명 등 소기의 성과를 공표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 정부는 현재로선 북한이 의미 있는 태도 변화를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중 관계가 난항을 겪은 것은 결국 비핵화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인데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만으로는 중국이 이전과 달라질 요인을 발견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방중 행보에 대한 보도 첫머리에 핵·경제 병진노선의 항구적 추진을 강조했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 자체가 북한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해석이다.

이 부위원장의 방중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미국 역시 북한의 전향적인 입장과 큰 폭의 국면 변화는 일단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국무부 브리핑에서 다음주로 예정된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가 희망하는 성과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놓고 협상하기로 합의하는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