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우(26·한화 이글스)는 동국대 시절 컨택, 장타, 수비, 송구, 주루능력을 두루 겸비해 차세대 리드오프로 주목을 받았던 선수다. 하지만 프로입단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학년 때 교통사고로 어깨수술을 받아 1년을 통째로 쉬었다. 천신만고 끝에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에 입단한 양성우는 2012년 데뷔 첫 해 1군에서 45경기에 출전했으나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그 해 타율은 0.195(87타수 17안타). 2군행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경찰청 야구단에 입단해 병역문제를 해결했고 2군에서 다시 실력을 가다듬었다. 지난달 13일 KIA 타이거스와의 경기 때 1군 무대를 다시 밟았다. 양성우는 한화의 주전 외야수로 1군 경기에 꾸준히 나섰다. 그동안 2군에서 남모르게 갈고 닦았던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지난달 총 16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58타수 22안타. 시즌 타율은 0.377를 기록했다. 주전 선수로 부족함이 없는 활약을 펼쳤다.
한화는 31일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8년 만에 5연승을 달렸다. 말 그대로 ‘꼴찌의 대반격’이 시작된 셈이다. 한화의 올 시즌 성적은 16승1무31패. 9위 kt 위즈와의 격차도 어느새 3경기 차이로 좁혔다.
무엇보다도 양성우의 결정적인 활약이 빛났다. 양성우는 팀이 2-3으로 뒤진 6회 1사 주자 2,3루 득점 기회에서 SK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결승 적시타를 때렸다. 누상의 주자 두 명을 모두 불러들였고 한화는 역전에 성공했다. 김광현은 양성우에게 적시타를 내줌과 동시에 승리요건을 잃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양성우의 활약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4타수 2안타로 멀히히트를 작성했는데 모두 김광현에게 안타를 뽑아냈다. 좌투수에게 약하다는 징크스마저 깨뜨렸다.
경기 후 김성근 감독은 결승 적시타를 일궈낸 양성우를 수훈선수로 꼽았다. 양성우는 “원하는 공이 들어와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수훈선수가 된 소감을 전했다.
양성우는 한화의 5연승 기간 동안 22타수 8안타 9타점으로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롯데 자이언츠와의 3연전 첫 경기에서는 적시타 2개로 3타점 경기를 펼쳤고, 두 번째 경기에서 박진형을 상대로 시즌 2호포를 쏘아 올렸다. 5경기 중 멀티히트 경기도 세 차례나 된다.
양성우는 상하위 타순을 가리지 않고 기회가 올 때마다 맹활약을 펼치며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제 한화타선 중 어디든 공백이 생겨도 양성우는 ‘땜빵’ 1순위다. 양성우의 성장과 함께 한화가 진짜 여름이 시작되는 6월 반전을 일궈낼지 주목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5연승 한화의 숨은 주역 양성우, 5년 만에 1군서 꽃 피우나
입력 2016-06-01 13:57